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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Jun 20. 2023

석양을 바라보며...

누구나 가는 길

청산도 일몰 스폿(spot)에서 찍은 석양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하루에 모든 희로애락을 가슴에 안고 사라져 가는 모습이, 어쩌면 우리네 인생사와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고 자라며 세상 온갖 풍파를 겪어내다 때가 되면 사라져 가니 말입니다


모든 인간이 태어나는 순간은 숭고함 그 자체입니다. 어둠 속에서 서서히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밀려드는 형언할 수 없는 그 뭉클함과 환희. 나에 어머니도 열 달 동안 품었다가 나온 작디작은 딸아이를 가슴에 안고 그런 마음이셨겠지요. 나 또한 두 아이를 낳으며 느꼈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품에 안기도 전에 몇 시간씩 진통을 참아내며 마지막 힘을 모두 짜내자, 그제야 내 몸속에서 스르르  빠져나가던 순간 그 희열을 어찌 잊을까요. 드디어 내가 해냈다는 자랑스러움과 안도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요. 아가 역시 그 어려운 과정을 잘 견디며, 이 세상을 접수하러 왔노라고 우렁찬 울음소리로 화답했고요. 솜털같이 가벼운 아기를 가슴에 안는 순간을, 이 세상 어떤 말로 설명해야 할까요. 복받쳐 오르 알 수 없는  감정들로, 눈물을 흘리지 않은 부모들이 몇이나 될까요.


태양도 역시 검은 어둠 속에서 붉은 태양을 피워내기 위한 기다림시간이 있었듯이, 인간의 태어남 또한 그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탯줄에 의지하며 수많은 시간을 기다리다 부모에 얼굴을 마주하였으니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렇게 태어난 아기는 긴 하루에 여정이 시작되듯이 10대, 20대, 30대..... 를 지나며 역시 부모와 같은 순간들을 맞이하며 살아갑니다.


부모님의 보살핌으로 젖을 먹고 발작을 는 순간 또 다른 희열을 맛보았을 것이며, 내 아이에 그 순간을 보며 대견함에 눈가를 적시고, 환희에 박수를 보냈지요. 넘어질 듯 말 듯 뒤뚱거리며 온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도, 마냥 그 모습마저도 사랑스러워 꼭 안아주었지요.


모든 순간은 영원한 멈춤이 없듯이 떠오른 태양은 한순간도 머무르지 못하고 중천을 향해 달려갑니다. 아이도 한글을 배우고, 고단한 입시를 거쳐 성인이 되며, 가정을 이루게 됩니다. 치열한 인간세상에서 내부모가 그러했듯이 아이들을 잘 키워내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그도 오래지 않아 내 부모의 얼굴에는 주름이 가고, 병원에 가는 날들이 늘어만 갑니다. 하루해가 기울어만 갑니다. 새벽을 뚫고 빠알갛게 떠올랐던 태양이 아름다운 석양으로 물들이며, 저너머로 사라져 갑니다. 나도 저리 되겠지 싶습니다. 사라지는 건 누구나 가야 할 길이기에 두렵지 않습니다. 다만 그 길이 한 세상 잘 살았노라 행복했노라 미소  띠우며 가는 그런 길이었으면 차~암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에 바람이겠지요.


<청산도에서 찍은 사진을 보다가 그때 생각이 나서 글까지 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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