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11월호 특집 "내가 꿈꾸는 은퇴"에 채택된 글
글을 쓰면서 '미야의 브런치ㅡ글빵연구소'의 청강생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미야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가 11년 동안 애정을 쏟아온 일이 있다. 바로 '학생 상담 자원봉사'다. 두 아이를 모두 대학에 보내고 처음으로 맞이한 여유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내 시간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에 쓴다면 얼마나 보람 있을까?' 그때 우연히 학생 상담 자원봉사에 대해 알게 되었고, 교육청에 지원서를 제출하면서 청소년 상담사로 첫발을 뗐다.
당시 고등학교 졸업장만 있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상담 봉사자가 되려면 선배 봉사자들에게 열흘 동안 상담 이론과 실무 교육을 받아야 했다. 청소년들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조력하려면 단순한 선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교육에 참여했다. 그런 나를 좋게 봐주신 선배들 덕분에 수료식에서 교육생 200명의 대표로 선서하는 영광도 누렸다.
이후 나는 배정된 학교에 일주일에 두 번씩 나가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한 번도 누군가를 가르쳐본 적이 없는데 학생들 앞에서 떨지 않고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상담자료를 활용하여 느낌을 나누고, 그림을 그리며 아이들은 금세 흥미를 보였다. 덕분에 나 역시 점점 자신감이 붙었고, 봉사 연차가 쌓일수록 학생들과 마주하는 시간이 즐거워졌다.
상담이 끝난 후 말 없던 아이가 다가와 감사 인사를 건네는 일이 생기면서 아이들에게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결국 나는 방송통신대에 입학해 청소년 교육학을 전공하고 청소년 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진로, 인성, 학교폭력 예방에 관한 각종 자격증까지 취득해 상담사로서 필요한 자질을 더 단단히 다졌다.
학업을 마치고 봉사를 하며 바쁘게 지내던 어느 날, 동료 봉사자로부터 뜻밖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인근 초등학교에서 계약직 상담 교사를 구한대요. 선생님이라면 분명 잘할 수 있을 거예요. 한 번 지원해 봐요." 그 말에 용기를 낸 나는 쉰이 넘은 나이에 상담 교사로 근무할 기회까지 얻었다. 정말이지 꿈만 같았다.
행복하게 맞이한 인생 2막을 학생들과 오래도록 함께하며 지낼 줄 알았다. 하지만 한 학기가 지날 때쯤 시어머니에게 치매가 찾아왔다. 게다가 결혼한 딸이 손주를 낳으면서 가족들을 돌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가족보다 중요한 것은 없기에 아쉽지만 나는 상담 일을 정리해야 했다.
'학생 상담 자원봉사자'라는 이름으로 학생들 곁에서 울고 웃었던 11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일을 그만둔 지는 오래됐지만 아직 마음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언젠가 가족들이 더 이상 나의 손길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면 나의 바람일 뿐이지만 학생들 곁으로 가고 싶다. 그러고는 먼 훗날 내가 원하는 때에 동료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떠나고 싶다. 내가 꿈꾸는 은퇴의 순간을 그려보면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응모한 글과는 조금은 다릅니다. 아무래도 독자들을 위해 특집의 취지에 맞게 윤문이 된 부분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글을 응모하며 더 많이 배우게 되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좋은 생각, 라디오, 오마이뉴스, 샘터에 응모하여 채택되고, 책으로 나오기까지 제 경험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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