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아 작가의 영혼의 자서전 『사람을 사랑하는 일』
채수아 작가는 조회수 100만을 자랑하는 브런치의 인기 작가로 전직 초등 교사다. 또한 세상 모든 것에 아름다운 이름을 지어주는 네이미스트이며, 브런치에서 우연히 만난 글 벗이다. 그런 그녀가 책을 출간한다고 했을 때 실로 반가웠다. 오랜 진통 끝에 알싸한 겨울 공기가 온몸을 감싸던 날이었다. 종종 봄날의 연둣빛 햇살처럼 다정스럽게 만났던 문장들이 한 권의 책이 되어 내 품에 안겼다.
겉표지에 연둣빛 사랑이 듬뿍 담긴 채수아 작가의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출판사 모모북스에서 2025년 12월 9일 268페이지로 발행되었다. 프롤로그 영혼의 자서전과 1부 사랑의 의미, 2부 사랑의 진실, 3부 사랑의 이해, 4부 사랑의 이유 총 4장 88편으로 구성되었으며, 에필로그 당신을 사랑하고 있나요? 는 책을 읽기도 전에 별빛 같은 사랑으로 차오르게 한다.
저자는 수녀가 되고 싶었지만, 부모님을 설득할 자신이 없어 교직에 계셨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초등교사가 되었다. 절대로 학생을 포기하지 말고, 편애하지 말라는 아버지의 말씀대로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심지어 학부모와도 돈독한 정을 나누며 교사로서의 책무를 다하였다. 그런 그녀가 참 선하고 진실한 사람을 만나 가정을 이루고 형님도 마다하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게 되었다. 하지만 형님이 왜 시어머니를 모시지 않겠다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알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생전에 들어보지도 못했던 시어머니의 거친 말과 거짓말 앞에서 저자는 커다란 상처를 받으며 빼빼 말라가고 우울증 약을 먹을 지경에 이른다.
보다 못한 의사 선생님이 분가하라고 권유했지만, 그럴 수 없다는 남편. 수전증과 청력을 소실한 아버지로 인해 평생 3남매를 키우느라 온갖 고생을 다 한 어머니를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저자도 효자였던 남편과 가족과 함께 살고 싶은 시어머니의 소망을 모른체 할 수 없어 참는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세월이 17년 동안 이어지며 과로와 스트레스로 천직이라 여기던 학교까지 그만두고 용기 내어 분가했다.
분가 후 기적처럼 시어머니가 변했다. 아픈 며느리를 위해 반찬을 해서 나르고, 스승의 날에 꽃바구니를 사다 주는 온유하고 사랑 많은 시어머니가 되었다. 저자 또한 건강이 점점 회복되고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었지만, 시어머니는 말기 암으로 가족들의 사랑이 담긴 기도 속에서 파란만장했던 생을 마감했다.
시어머니로 인해 상처받고 이해하고 용서하며 사랑으로 치유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이 책을 읽으며 몇 번이나 울컥했다. 7남매의 맏며느리로 30년을 한집에서 살다 요양원에 가신 지 10여 년이 되는 시어머니가 생각 나서다. 시부모를 모시는 며느리는 하늘이 내린다고 하지만 그것은 희생만이 당연시되는 구조를 정당화하는 표현에 불과하다. 결코 그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저자의 그 상황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 하나만 참으면 되는 일이었다. 아주버님 부부도, 고모도, 남편도, 우리 아이들도 모두 행복해 보였다. 그 세월이 17년 동안 이어졌다. 나는 과로와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천직으로 여기던 학교를 나왔다. 수업을 하지 못하고 널브러져 있던 나는 일 년 후 휴직을 했고, 이어서 사직서를 냈다. 멈추지 않으면 내가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5쪽.
왜 그런 마음이 안 들까. 17년 동안 나 하나만 희생하면 모두가 행복할 거라며 내려놓았을 그 마음이 느껴져 가슴이 찢기는 듯했다. 아무리 상처 많은 시댁을 봉사의 장으로 여긴다고 하여도 무너지는 건강 앞에서는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휴직까지 하며 지키고 싶었던 교사의 길을 그만두었을 때의 그 허무함이 더 저자를 널브러지게 했을 것이다. 17년 전에도 지금도 한 사람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일은 아픈 결과로 이어지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 상처를 회복하고 치유하며 우리에게 그 사랑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책을 읽으며 당황스러웠던 부분도 있었다.
시댁이 너무 가난하고 상처가 많았다고 해도, 어머니가 자식에 대한 집착이 많으셔서 함께 살고 싶어 하셨다 해도, 너무 시댁에 열심인 아내를 남편이 부담스러워하는 남자도 있더라. 나도 상담하면서 깜짝 놀랐는데 좀 거리를 두고 싶어도 적극적인 아내 때문에 힘들다고 말하는 거야. 너도 한 번쯤 돌아보면 좋겠어.
그 말을 듣고 남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편은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자기는 홀로 삼 남매를 힘겹게 키우고 사셨던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게 좋고. 어머니가 행복해하시는 것 같아 좋다고. 그런데 당신이 너무 힘들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53쪽.
이런 말을 들으며 17년을 고통스럽게 참으며 최선을 다해 살아낸 저자의 마음이 어땠을지 짐작이 갔다. 우리 마음속에 때로는 양가감정이 존재하며 혼란스럽게 할 때도 있다. 바로 이런 경우다. 함께 사는 것이 버거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고생한 시어머니가 안쓰러워 온 힘을 다해 모셨을 것이다. 나 또한 시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신 것이 미안하여 면회를 갈 때마다 바리바리 싸 들고 간다. 그런 나를 보며 남편은 어머니께 잘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과한 것 같다며 부담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래도 난 멈출 수가 없다. 그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고 싶은 나만의 몸부림인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이 외에도 다양한 일화 속에서 잔잔한 물결처럼 그려낸 감동적인 사랑이야기를 이 한 권의 책에 소복이 담았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참 힘든 일이지만 우린 끊임없이 그 사랑을 배운다. 길가에 무심히 피어 있는 들꽃에서, 꾸밈없는 아이들의 미소에서, 그리고 사랑을 회복하고 치유되는 과정을 담은 이 책에서. 결국은 늘 사랑이다. 나를 향한 사랑과 상대방을 향한 사랑은 둘 다 소중하다. -267쪽.)
지금 그 어떤 사랑 때문에 아파하고 힘든 이가 있다면 이 한 권의 책이 한 줄기 빛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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