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에 담긴 내 삶의 기록

비비안 마이어

by 희야 ㅡ 박상희
문화센터 글쓰기 강좌에서 '화가들의 자화상을 읽고 글쓰기'를 진행하고 있다. 그림에는 문외한이지만 새로운 글쓰기 경험이 되어 때론 설레기도 한다. 그중 한 편이다.


비비안 마이어(1926~2009)는 미국 뉴욕 출생의 사진가다. 40년 동안 보모로 일하며 15만 장이 넘는 사진과 영상을 남겼다. 그러나 그녀는 생전에 단 한 번도 전시회를 열지 않았다. 자신의 사진이 세상에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2009년, 창고 임대료 연체로 소장품이 경매에 나오면서 그녀의 작품은 비로소 빛을 보게 된다. 이를 낙찰받은 존 말루프는 다큐멘터리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를 제작해 2013년 개봉했고, 제87회 아카데미상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는 한 천재적 사진가의 존재를 세상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할지 모르지만, 내게는 남편이 최고의 전속 사진가다. 무엇을 기록하고 떠나야 할지 떠올리기 전에, 우린 이미 수없이 많은 순간을 저장하며 살았다. 화장대 앞에 꽂힌 사진들과 휴대폰 갤러리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사진들이 그 사실을 말해준다.


남편을 최고의 사진가로 인정하기까지 험난한 여정이 있었다. 그의 요구대로 포즈를 취하고 기다리는 일은 절대 쉽지 않았다. 때로는 얼굴에 경련이 일고, 함께 움직이는 일행들과 멀어지기도 했다.


모두가 즐거운 여행을 위해 머리를 쥐어짜고 또 짰다. 그건 바로 사진 맛집임을 알리는 것이었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다른 이의 폰이 들려 있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그의 프레임 안에서 잠시 해방될 수 있었다. 사람들의 보는 눈은 비슷하다. 일행들은 그가 찍어준 사진에 가을 녘의 참새처럼 들떠 환호했다. 나의 자유시간 또한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돌아보면, 그때가 나의 가장 빛나던 순간이었다. 눈과 눈이 마주치고, 가장 아름다운 미소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차곡차곡 쌓인 사진들 속에서 그 순간이 떠오르고, 그 풍경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오늘의 나를 슬며시 웃게 한다


사진은 그 어떤 기록보다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만의 추억이 된 날들은 사진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쉰다. 그리움마저도 하나의 기록이 되어 저장되었다.


어쩌면 비비안 마이어는 본인만의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어 세상에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의 사진 앞에 선 우리는 이름 모를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다 문득 자신의 기억과 마주하기도 한다. 사진은 한 사람의 비밀을 넘어, 결국 모두의 이야기가 되어 우리 곁에 머문다.


먼 훗날 아들딸도 우리 사진을 보며 그날의 나를 기억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