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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Feb 10. 2023

다섯 아빠들의 키즈 펜션 나들이

"할머니 하고 살 거야"

"집에 안 갈 거야"

어찌나 서럽게 우는지 눈물콧물 난리도 아니다. 오랜만에 집안행사도 아니고 고등학교 친구들과 놀러 가려고 온터라 여유 있게 며칠 지내며 손녀와 징고게임도 하고, 블록놀이도 하고, 밀가루 반죽으로 칼국수도 밀고, 세모, 네모, 동그라미도 만들며 재미있게 놀았다. 그래서인지 집에서 엄마가 기다린다 해도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안 가겠단다.


이제 손녀가 만 4세가 되니 예전에 비해 훨씬 줄어든 짐이지만 그래도 많다. 주차장까지 함께 내려가서 울지 않고 잘 가면 할머니가 양양으로 놀러 가겠다고 달래서 보냈다. 하지만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않아서인지 아들이 전화를 했다. 전화기 넘어 아직도 서럽게 울고 있는 손녀에게  울지 말고 잘 가서 있으면, 사탕 많이 사가지고 가겠다고 약속을 했다. 아마도 울다 지쳐 잠이 들었을 것이다.


아들친구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순대국밥도 먹으러 다니고, 스키도 타러 다니고, 친구아빠 보호아래 별장으로 놀러 다니기도 했었다. 모두 아주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아니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내 눈에는 순수하고 착하디 착한 아이들이다.


고등학교 졸업도 전에 군고구마장사 알바도 함께 하고, 대학 다닐 때는 방학 때마다, 직장 다니면서는 주말에 오거나 휴가 때마다 모여서 변치 않는 우정을 이어왔다. 그리고 약속한 듯이 30 전후로 모두 결혼을 하고, 한집에 아이가 하나, 둘씩 태어났다.  


30대 후반인 아들들은 이제 시간만 맞으면 아이들을 데리고 키즈펜션에 간다. 부부동반보다는 다섯 아빠에 아이 한 명을 데리고 다녀오곤 한다. 이번에도 다 가려고 했는데, 엄마 중 한 사람이 휴가를 못 내서 아빠들끼리 다녀왔단다.


 2년째 육아휴직 중인 아들은 요리담당이다. 아이들 먹을 콩나물국은 전날 아들이 끓여 놓았고, 아들이 손녀 머리를 묶고 옷을 입히는 동안 나는 오이무침과 파프리카를 준비했다. 아들들이 먹을 배추김치, 총각김치, 무생채도 넉넉히 싸주었다.


몇 시간 후 고만고만한 귀여운 다섯 아이들이 물놀이하는 모습, 놀이기구 타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마구마구 올라왔다.

어찌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둘째가 있는 집은 한집뿐이고, 모두 하나씩이다 보니 만날 때마다 너무 잘 논다고 한다.


친구들이 모두 우리 집 근처에 살다 보니 이번에는 우리 집에서 가까운 키즈펜션을 예약해서 이틀 전에 미리  온 것이다. 아니면 친구들이 아들이 살고 있는 양양 쪽에 예약하거나 중간쯤에 예약해서 놀다 오곤 다.


펜션에 가기 전에 점심을 먹고 들어가려고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데, 사람들이 다들 쳐다보고 심지어 혹시 싱글대디모임이냐고 조심스럽게 물어 보더란다. 아들말이 아이들만 데리고 가는 것이 더 편하단다. 아내들과 같이 가면 짐도 더 많고, 먹는 거 씻는 거 너무 오래 걸리고 불편하다고. 이건 우리 며느리에겐 절대 비밀 ㅎ


낮에 실컷 놀고 난 아이들은 피곤해서 일찍 잠이 들고, 그때부터 아빠들끼리 챙겨간 반찬에 가기 전에 마트에 들러  고기를 구워 한잔 하며 이야기꽃을 피우다 잠이 든다고 한다.


물론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좋은 직장에 다니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적당히 중간정도로(적당히 중간정도에 기준이 어디일지 모르겠지만) 대학 가고 그에 맞는 직장 다니며 즐겁게 사는 아들과 아들친구들을 보면 참 아름답게 사는 것 같다. 성실하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아들들, 지금처럼 쭈우욱 그 진한 우정 이어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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