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by 박영희

벽인 줄 알았으면

그곳에다 놓았을까 첫 발걸음을


딛고 보니 절벽이다

옆으로 걸어볼까 뒤돌아 갈까

주춤거려 보지만


오직

허락된 것은 기어오르는 일


틈새를 부여잡고

걸음걸음 푸른 멍을 새겨 넣으며

앞으로만 가야 하는 시시포스의 후예들


오늘도

더듬이를 벽에 놓는다



- 시집 '우리가 서로에게 아직 창이었을 때 '-

중에서

작가의 이전글고슴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