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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D Nov 14. 2022

해커톤에 나간 디자이너 下

제1회 구름톤 참가 후기

정션 아시아가 끝나고 바로 다음날인 21일부터 또 다른 해커톤, 구름톤에 참가하게 되었다.

돌하르방의 서늘한 미소가 앞으로의 업무량을 예고하는 듯하다.

바로 제주도에서


시작부터 드라마틱한 이번 후기는 구름톤 이후의 이야기까지 다룬다.


<목차>

- 그냥 GO

- HELLO JEJU, Hi goorm

- 전투적으로 구인하기

- 전략적으로 놀기, 아니고 일하기

- 기대 0에서 대상으로

- 더 해보면 안 돼?

- 서버비가 문제

- 마무리는 3관왕



그냥 GO

내 지독한 스케줄을 알게 된 주변 친구들은 하나만 가라며 말렸다.(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야근을 한다 생각해 보자) 사실 이렇게까지 무리하며 해커톤을 할 필요는 없었는데 뭐에 홀린 것 마냥 그냥 갔다. 비행기와 숙소는 출발 전날 결제했다. 정션의 결과에 침울해할 시간도 없이 10kg에 육박하는 15인치의 캐리어를 들고 공항으로 뛰어갔다.

그렇게 탄 비행기 안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HELLO JEJU, Hi goorm

그냥은 아니고 참가를 결정한 이유는 클라우드 도메인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행사를 주최한 '구름'은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였고, 사전에 공개된 키워드 중 하나가 '클라우드'였다. 개발자가 아닌 일반 사용자들은 iCloud, NAVER MYBOX, Google Drive 같은 스토리지 서비스를 가장 많이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클라우드는 해당 서비스를 포함한 더 넓은 개념이라 구름톤에서는 정확히 어떤 범위로 다룰지 궁금했다. 클라우드가 적용된 서비스를 만들게 된다면 어느 정도 규모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고, 기술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기획하는 과정이 재밌을 거 같았다.


전투적으로 구인하기

2일 차 까지는 구름의 디자인 시스템(GDS)과 서비스 소개, 클라우드의 개념과 쿠버네티스(KAKAO/DKOS)교육과 강연이 진행되었다. 소개만이 아닌 본격적인 수업 같아서 질문도 많이 했다.(개발자냐고 오해를 받기도..)


교육과 강연이 모두 끝난 뒤에는 아이데이션 발표를 통해 서로를 탐색하고, 자유롭게 팀빌딩 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겹치는 아이디어가 많아 순식간에 팀이 만들어지고 있어서 나도 서둘러 눈여겨봤던 분들에게 찾아갔다.


우리 팀은 내가 찾아가서 제안한 사람들로 이루어졌다. 첫날에 우연히 얘기를 나눴던 승호님은 기획자인데 AI 개발이 가능한 능력자였다. 기획을 더 하고 싶다고 했지만 나는 그를 인공지능 엔지니어로 모실 궁리를 하며 비슷한 경험이 있는 개발자가 있는지 집중하며 발표를 보았고, CV를 전공한 BE 석현님과 동적인 사이트 구현 경험이 있는 FE 노준님에게 같이 인공지능 서비스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싱크로율 100%

서비스 주제를 정해야 팀으로 등록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의 아이디어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걸 사용자가 재미있어할까요?', '이 부분은 구현하려면 문제가 있어요.'같은 비평이 주로 오고 갔다. 10~15분 정도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장 숨 막혔던 순간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때의 살벌한 토론 덕분에 아이디어가 깔끔하게 정리되었고, 모두의 의견이 조금씩 담긴 주제로 팀을 등록할 수 있었다.


팀을 이루며 개인적으로 바랐던 목표가 있었는데, 얘기를 꺼내니 모두가 동의! 기분 좋은 시작점이었다.

<만장일치했던 네임인제주 팀의 목표>

1. 만드는 사람들이 재밌어야 재밌는 게 나옴

2. 최우선 순위는 배포

3. 빨리하고 놀기


전략적으로 놀기, 아니고 일하기

주제를 정했지만 구체적으로 구현이 가능한지 확인해야 했다. 다행히 생각했던 방향대로 레퍼런스가 빠르게 수집되어 해커톤이 시작되는 날 새벽에 MVP가 완성되었다.


목표했던 ‘빨리하고 놀기’를 위해 플레이스 캠프로 가는 버스 안에서 와이어 프레임을 그리고, 본격적으로 해커톤이 시작됨과 동시에 팀원들에게 화면 구성과 기능에 대해 설명했다. 업무 분배를 마친 우리 팀은 바다를 보러 갔다.

움직이지 않는다면 클릭해보세요.

놀기엔 좀 이른 감이 있지만, 제주를 담는 서비스를 만드는데 제주를 구경도 못하고 시작할 수는 없지 않은가?


사실 계속 정신이 없다가 매일 저녁마다 네트워킹 일정이 있는걸 뒤늦게 파악했다. 그 시간을 빼면 작업 시간이 빠듯해 보였고(워라벨을 지키면 12시간쯤 되려나) 얼굴에 그늘이 덜할 때 놀러 가는 게 좋겠지… 라는 생각이었다. 그 뒤로 제주도의 정취를 느낀 것은 잠을 깨기 위해 옥상에 올라가 성산일출봉 뒤로 뜨는 해를 본 게 다 였으니 현명한 선택이었다.


막바지엔 거의 잠을 못 자고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지만 '재밌게 개발하자'을 지키고 싶었다. 거의 세뇌라도 하듯 “난 정말 우리 팀이 너무 좋아”, “즐겁다”, “여러분과 같이 해서 너무 좋습니다”같은 말을 작업 내내 계속했던 거 같다.(진심이었습니다.)


기대 0에서 대상으로

우리 팀은 나의 이름과 생일을 제주어로 번역해주는 ‘제주 일름’이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자세한 서비스 설명은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인 나의 일정은 이러했다. 첫째 날은 Lo-fi 수준의 화면을 빠르게 디자인해 프론트에 넘긴 뒤, 서비스의 핵심 콘텐츠인 랜덤 일러스트를 그렸다. 둘째 날은 우선순위에 따라 개발 화면을 보며 수정 범위를 조율하고 로고를 만든 뒤 최종적으로 화면 디자인을 업데이트했다. 서비스를 다시 돌아보며 결괏값의 정확도를 개선하기 위해 AI 및 기획을 담당했던 승호님과 함께 참가자들의 이름 데이터를 수집했다. 마지막 날에 인스타그램 이벤트를 준비하느라 발표자료를 디자인할 시간이 부족해 PPT 디자인은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로 제출하게 되었다.


다행히 승호님의 유창한 발표 덕분에 서비스의 가치, 목표 등이 설득력 있게 전달되었고, 배포까지 완료한 상태라 현장에 있던 참가자들에게 제주일름을 사용해 보도록 유도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마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디자이너 인지라, 발표 준비가 부족했다는 사실에 기대가 0으로 떨어졌었다. 팀에게 미안함을 느끼며 대상팀을 축하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네임인 제주’가 호명되었다. 정말 정말 정말 놀랐다. 이거 꿈이야?(와중에 너무 졸려서 꿈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는 컨디션이었다) 우리 팀에서 내가 제일 놀랐던 거 같은데 아무튼, 그렇게 대상을 받게 되었다.


더 해보면 안 돼?

팀빌딩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가'였다. 자신이 가진 기술력을 가치와 엮어 제주어 번역기 아이디어를 제시해준 승호님, 가장 엄격한 피드백을 하지만 완벽의 기준이 되어줬던 노준님, 안 될 거 같다 말하지만 늘 바로 다음날 해결했다며 덤덤하게 말하는 석현님, 나는 우리가 만드는 서비스를 어떻게 하면 사용자들이 더 쉽고 재밌게 쓸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이렇게 우리는 함께 일할 때 합이 좋은 팀이었다. 각자 대체인력이 없기 때문에 책임감 있게 피드백하고, 다들 욕심 있는 사람이라 열심히 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협업 과정이 즐거웠고,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래. 대상까지 타버렸는데, 크게 질렀다.

우리 '제주일름' 실제로 운영해보자!


서버비가 문제

디벨롭해서 운영하는 거 좋아. 근데 서버비는 어떻게 하지? 나는 웹호스팅 비용을 대강 알고 있어서 한 달 운영비는 1~2만 원 대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구름톤에서 데모 시연을 통해 발생한 서버비를 기준으로 예산을 측정해보니 생각보다 많은 예산이 필요했다.


제안서를 만들어 구름톤을 주최한 구름에게 보내고, 제주일름'으로 참가가 가능한 공모전을 리서치하는 등 운영비를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제안서 일부

비용 지원에서는 좋은 소식을 얻지 못했지만 그 사이 석현님이 운영 규모에 맞는 사이즈로 서버를 새로 구축해 비용이 크게 줄었고 배포 기간도 조절하여 운영을 준비하게 되었다.


마무리는 3관왕

여러 사정상 계획했던 일정보다 오픈일이 앞당겨져 노준님과 제2의 구름톤이라 부르며 또다시 밤을 새우며 준비했다. 오픈 이후에도 이슈 대응과 마케팅 준비에 정신이 없던 중, 참가했던 제주 인공지능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연락이 왔다.

저희 팀 대상이에요!

그리고 전국대회에 참가 자격이 주어졌다는 소식도 함께 왔다.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섰는데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일주일 정도였기 때문이다.(숨 돌릴 틈이라도 있었으면...) 그래도 우리가 또 언제 전국 규모의 대회에 나가볼 기회가 생기겠냐며 참가하기로 했다. 주어진 시간 안에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전국 인공지능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제주일름'으로 8월 말 구름톤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9월과 10월 사이에 짧은 운영응 하였으며, 인공지능 공모전에서 대상과 최우수상을 수상해 총 3개의 상을 받고, 골칫거리였던 서버비도 상금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생은 역시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마치 스타트업의 생애주기를 작은 규모로 압축해서 겪은 느낌이랄까. 사실 우리는 시범 운영 이후에 추가 서비스를 개발해서 운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구름톤 이후, 약 한 달 동안 쉴 틈 없이 예상 범위 밖의 일들을 빠르게 대응해야 했고, 휴식이 필요하다고 의견이 모여 이뤄낸 성과를 축하하며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새삼 이렇게 해커톤에서부터 기억들을 정리해보니 짧은 기간 안에 정말 많은 것을 했구나 싶고,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같이 달려준 팀이 있어서 계속 다음이 있었습니다. 또 이다음이 있다면, 조금 더 여유로운 상황에서 재밌게 개발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으로 글을 마칩니다.

실제로 이러진 않았지만 이런 느낌

수고했다 얘들아! 연말 회식만 기다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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