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라는 극기를 보여주다!!!
오랜만에 뮤지컬 킹키부츠를 보고 왔다. 무려 샤롯데씨어터까지! 목동 살 때 나에게 잠실은 '세상 저 너머'라고 부를만큼 먼 곳이어서, 샤롯데씨어터까지 가는 것은 큰 부담이었다. 그런데 강북으로 이사를 오고 어느정도 안정이 되니, 강남 그것도 그 끝자락 동네까지 나들이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방학인 것도 한 몫했다!)
1월에 생일이 있다는 핑계를 대고 오빠랑 킹키부츠를 같이 봤다. 나는 10년전?쯤 한 번 보고, 이번이 두 번째인데, 역시는 역시더라!!! 진짜 신났다. 요즘은 계속해서 'Be yourself'라는 메세지에 꽂히는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어떻게 해야, 나대로 사는 것인지 애매모호해 답답하지만... 그래도 "너 답게 살아라!!! 너로 살아라" 라는 메세지엔 늘 큰 감명을 받는다. 뮤지컬 wicked 때도 그렇고^ ^
이 뮤지컬을 보고난 뒤로는 더더욱 소설 데미안의 아브락삭스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알을 깨고 나오는 자, 자기 자신을 탈피하는 자... 나는 그렇게 살고 싶은 것 같다. 내가 나를 옥죄는 그런 메세지들로부터, 그런 시선, 목소리들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것이다. 자기해방이라고 할까?
최근 글로는 못썼지만, 가족- 엄마 아빠의 영향력을 엄청나게 받으며 자라온 내가 다시 보이고 있다. 얼마나 사랑받고 싶어했는지, 그 처절한 어린 아이가 보이는데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모르겠는거다. 부모를 탓하고 미워하는 건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증오와 혐오의 파도가 또 넘어와서 이것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정말이지... 사람이 속한 그 환경이란 것이,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치는구나!
이것도 내가 쌍문동이라는 곳으로 터전을 잡고 혼자 있으면서 어느정도 거리를 두면서 보는게 가능해진 일이다. 계속 그렇게 엄마와 유착관계에 있으면서, 아버지의 눈치를 보는 딸로 있었다면 이런 진실조차도 못봤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엔 다시 아프지만 똑바로 보는 작업을 하고 있다.
10년전에 봤을 때와 달리, 이번에 킹키부츠를 보며 와닿은 키워드는 "용서"다. 극중 롤라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너가 특별한 존재같냐, 이 호모 비정상아'라며 악담을 쏟아붓는 찰리를 용서한다. 심지어 찰리와 라포를 쌓은 뒤에 저런 말을 들을 터라, 상처가 더 컸을텐데 말이다. 롤라는 자신이 가장 힘들었을 때 손을 내밀어준 사람이라며, 그 따스함을 기억한 채 다시 찰리를 돕는다.
이 부분이 'Be yourself'를 외치는 것보다 훨씬 인간미있게 느껴졌다. 자신을 제일 이해하고, 자신의 특별함을 알아봐준 줄 알았는데... 속으로는 '너는 호모야. 비정상이야. 니가 특별한 것 같냐'라며 judgemental하게 굴고 있었다는 걸 알고, 롤라는 얼마나 마음이 부숴졌을까? 그 동안 이런 경험이 쌓이고 또 쌓였을텐데 말이다. 그러면 그 상처가 또 패이고 깊어져서 어디 들어가 숨어 저주할 만도 한데... 롤라는 엄청난 휴머니즘을 발휘한다. 그리고 찰리를 위해 나선다.
크으, 이 뮤지컬이 '너가 되어라, 도전해라. 솔직해라'라는 메세지만 줬으면 좀 밋밋했을거란 생각이 든다. 저기에 저 인간적인 터치, 용서라는 극기를 보여줬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것 같다. 그러니 내가 그 감동을 잊지 못하고 N차 관람까지 하지 않았을까?
롤라가 드랙퀸인 자기를 인정하지 못하는 아버지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부분,
모욕감을 안긴 찰리를 위해 쇼에 서는 피날레 모두 '용서와 극기'라는 맥락을 위에 있단 생각이 들었다.
뮤지컬 넘버들이 엄청나게 신나고, 앙상블이 휘황찬란하게 빛이나서 볼거리도 매우 많은 그런 쇼였다!!!
신년의 시작, 이 뮤지컬을 통해 드랙퀸 속에서 용서를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