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Phantom Thread(2018)

SM이 만나면 이런 모습일까?

by Tess


와... 마지막 10분이 다 한 영화!

요즘 그렇게 핫 한 '원배틀애프터어나더' 감독(폴 토마스 앤더슨)의 영화다. SM적인 영화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표현할 줄은 몰랐다. 와우!!!


영화 속 남자주인공인 레이놀즈는 사교계 여성들의 드레스를 만드는 디자이너다. 매우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 그런데, 엄마의 유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한다. 꿈에서 만날 정도로.. 하루종일 옷에만 매달리는 그가 짧게나마 쉬는 시간을 갖는데.. 그때조차 엄마를 생각한다.


이런 그는 (당연히) 미혼인 채로 같은 의상실을 운영하는 누나와 함께 지낸다. 누나는 엄마의 연장선이다. 레이놀즈의 정신을 지배하고 흔드는 것 같다. 레이놀즈에게 애인이 생겨서 데이트를 하고, 집에서 함께 지낼 때도 누나가 늘 같이한다. 누나와 레이놀즈 그리고 여자친구가 함께 아침을 먹는 장면은 가관이다. 둘 사이가 식은 것을 알아챈 누나는 '내가 대신 해결해줄까?'라고까지 이야기한다.


하... 개인적으로 레이놀즈는 아버지투사를 많이 일으켜서 보는 내내 불편했다. 나이가 곧 70인데도 '엄마, 엄마, 우리 엄마'를 외치는 남자. 자기 가족, 자기 사람이 생겼어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남자. 자기의 결핍이 가장 중요한 남자. 그 올가미에서 전혀 떠날 생각이 없는 남자.


아무리 자기 일에 재능이 있고, 유능해도 '마미 콤플렉스'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럴 생각이 있어보이지도 않는다. 자기가 만든 드레스를 입고 있는 엄마를 끊임없이 그리워한다. 자기의 옷 솔기 안에 엄마의 이니셜 혹은 사진을 새겨놓고 늘 입고다니며, 함께한다고 자위하는 사람이다.

으익. 토나와....


그런 그를 조종하는 존재는 누나다. 같은 미혼으로써 한 집에 살며 레이놀즈가 여자들을 데려올 때마다 기싸움을 하고, 경쟁하다가.. '결국 내가 이겼다'라면서 묘한 승리감에 도취되는 늙은 여자_ 추하디 추하다.

이런 오묘하고도 근친적인 관계에 등장하는 인물이 알마다. 그녀는 그녀의 방식대로 이 집에서 존재감을 세우고 싶어한다. 자기가 원하는 방식대로 그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싶다면서 레이놀즈의 누나에게 집을 비워달라고 요청한다.


레이놀즈는 당돌한 알마에게 빠지는 듯 보였지만, 알마의 아침먹는 모습을 보고 경멸한다. 이건 경멸이란 표현이 맞다. 알마는 소리를 내며 바삭거리게 토스트를 먹었는데, 이것이 시끄럽다면서 조용히 해달라고 한다. 자신과 함께사는 여자가 밥먹는 모습을 견디지 못한다면 그 관계는 끝났다고 본다.


여기서 물러설 알마가 아니었다. 그녀는 독버섯을(여자가 이렇게 무섭고도 사악한 존재다 ㅋㅋ) 주워와 그에게 몰래 먹인다. 그리고 정성껏 간호하며 그의 사랑과 의존을 얻어낸다. 몽롱함 속에서도 그리워하던 엄마의 유령을 보던 그는.. 이 모든 것을 모성으로 자기를 돌봐주는 알마에게 투사한다. 그리고 알마와 결혼하기로 한다.

얼마 안 가, 이것이 잘못된 선택임을 인정하게 되지만.... 젊은 알마는 호기심 많게 사교계를 체험하며 살고싶어한다. 이에반해 나이가 있는 레이놀즈는 자기의 일에만 집중한다. 여전히 아침밥을 시끄럽게 먹는 알마를 경멸하면서....


여기에 알마는 다시 그에게 독버섯을 먹인다. 그런데 여기가 압권이다!!!


그녀는 이대로 고백한다. "나는 당신이 약해지길 바래요. 그래서 나에게 매달리길 바래요. 당신이 매우매우 취약해지길 바래요" 라고 대놓고 말한다.

그리고 버터에 졸인 독버섯을 내놓는다.

그녀의 사디스트적인 욕망을 알아챈 레이놀즈는!!! 기꺼이 독버섯을 먹는다. 평생을 엄마와 누나라는 여자의 그림자에 살았던 그다. 그에겐 그런 상태가 쾌락이었을것이다. 빠져나오고 싶지 않았겠지. 그럴 생각이 아예 없었으니 내내 엄마를 그리워하는 감상에 빠지고, 누나에게 휘둘려 산 것이다. 이젠 젊고 더 큰 사디즘을 가진 부인이 있으니, 기꺼이 이 물에 빠지기로 한 것이다. 자신의 마조히즘적인 면을 채워줄 사디스트를 만났으니 얼마나 천생연분인가!


이 마지막 부분이 정말 다 한 것 같다. 대놓고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반전이 되었고, 저 보호본능 속에 들어있는 권력욕 지배욕이 공감을 샀다. 그렇다. 의도와 목적을 가진 돌봄_ 우리는 이것에 늘 노출되어있고, 또 스스로 행하지 않는가?

이것을 똑바로 대놓고 보여준 영화였다. 어머니, 누나, 드레스를 통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SM을 드러내면서 말이다.

나의 가족서사를 보는 것 같아 내내 무언가가 묘하게 건들여졌지만 잘 봤다.

크으_ 이런 층위를 드러내는 영화는 오히려 서구에서 더 잘 만드는 것 같다. 오호~~~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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