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공유] 3.19 스페인행!

by Tess


이제 다 정했다! 유럽살이?를 하기 위한 곳은 스페인으로!!! 그리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중에 고민을 했었는데, 음식과 자연환경 등을 고려해 스페인/포루투갈로 결정했다. 세 나라 모두 다 알지 못하기에 철저히 느낌으로 고른 것이다 ㅎㅎ



그리고 어제 3.19-5.14 이라는 일정으로 왕복 항공권까지 결제했다. 퇴사를 결정하는 것이 오히려 단순할 정도로, 그 후의 삶은 매일이 수 많은 가능성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하는 선택의 연속이다.




직항으로 갈까? 아니면 돈을 좀 아껴서 경유할까? 경유하면 스케쥴은 어떻게 되지? 중국동방항공? 그거 타도 될까? 직항도 티웨이와 아시아나가 있는데 무엇을 타는게 좋을까? 아직 다 낫지 않은 꼬리뼈가 긴 비행시간을 버텨줄까? 등등 결제까지 가는데도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


보통 때의 나는 마음을 먹으면 바로바로 그 날 다 해버리는데, 이번 여행은 그러지 못한다. 하긴 그만큼 큰 돈과 긴 일정이 와가니까... 신중해하는 중이다.




결국 나는 왕복(인천-바르셀로나) 140만원 가량을 주고 아시아나 직항을 타고가기로 했다. 그 뒤로는 더 많은 선택을 내려야 할 것이다. 지금 바르셀로나 숙소만 알아보는데도, 한인민박부터 호텔, 호스텔, 에어비앤비의 객실 하나 등등 수 많은 옵션이 나와 압도당했다. 어렵디 어렵다. 악명높은 바르셀로나의 물가도 한 몫 한다! 대단하다 정말. 이번 여행+살아보기의 경험에는 숙박비가 가장 크게 들 것 같다.(하긴 크로아티아때도 그랬다)

(오늘 숙소 정했다!!! 바르셀로나 시내에서 지하철로 30분정도 떨어진 바달로나 라는 곳에서 일주일간 지내기로!)


첫 일정이 바르셀로나일뿐 그 뒤의 것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마요르카란 섬이 조용하다해서 거기로 들어가려 했는데, 숙박비가 바셀보다 비싸서 지금 말라가로 변경해 알아보고 있다.(말라가 주변에는 세비야나 론다같은 곳도 여행할 수 있으니까 ^^)


그럼 러프하게 보면, 바셀로 들어가 일주일을 보낸 뒤, 말라가에서 2주, 그 후 포르투갈 포르투로 넘어가서 2주, 리스본에서 2주 이렇게 보낼 것 같다. 사실 이것도 가봐야 안다. 그 어느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당장 내일의 내 상태도 알 수가 없는데, 스페인에서의 내 몸과 마음을 어찌 예상할 수 있겠는가?! 그때 그때 맞춰서 감수하며 다니는 수 밖에!!!


5.14에도 안들어올 수도, 혹은 그 전에 귀국 할 수도 있다.


희안한건, 내 귀소(?)본능이다. 최근 나는 침구를 바꿨으며 제법 비싼 돈을 주고 머그컵을 샀다.(봄 옷을 잔뜩 구매한 것은 따로 이야기하지 않겠다) 곧 있으면 떠날 사람인데, 그걸 알면서도 약 3주밖에 덮지 못할 이불과 요를 막 알아봐 주문했다. 이뿐인가?! 내내 잘 쓰던 컵이 지겹다며 여러 사이트에 들어가 며칠동안 들여다보고 컵을 샀다. 둥지본능이라고 하던데, 무의식적으로 "나는 돌아올거야"라는 걸 확인하고자 했나보다. 큰 전환을 앞두고 불안한 걸 소비로 충당한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전부터 덮던 이불이나 사용하던 컵이 다 엄마가 사준 것이기에 바꿔야 하기도 했다. 이건 내가 소비를 할 때마다 불러오는 크나큰 변명거리! ㅋㄷ)




한편, 다음 주 월화수 이런 스케쥴로 혼자 경주에 간다. 스페인/포루투갈 여행을 앞두고 예행연습을 하고 싶나보다. 어제와 오늘 경주로 가는 기차표끊고, 렌트카 예약하고, 숙소도 잡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에서 스페인/포루투갈 공부를 할 것 같다. 구체적으로 여행계획도 좀 세우고 말이다. 쌍문동에서 데이트하느라 ㅎㅎ 되지 않는 것을 저 멀리 경주까지가서 하고 올 듯 ^ ^


(다녀옴!!!)



오늘 감이당에서 함께 공부했던 학인이자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었다.(동네 친구이기도 함) 그 친구는 나에게 "언니, 붕 떠있는 것 같을 때 어떻게 해요?"라며 물었다. 나는... 타인의 욕망을 거둬내는 것만으로도 안전감을 느낀다고 얘기했다. 이게 누구의 욕망인지도 모른체, 마구마구 따라가고 달릴 때는 불붙은 불안에 기름붓기상태로 살았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게 한 번 멈춰지고, 자의든 타의든 걸러내는 묻고 걸러내는 작업을 하다보니 이젠 내 발 사이즈만큼은 땅에 붙은 것 같다.


'이게 내가 원하는 것이 맞나? 이건 누구의 욕망이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느라 피곤함은 덤이지만 ㅎㅎ



그런데 저런 분석작업보단 ㅋㅋㅋㅋ 그냥 내 손으로 밥해먹을 때 가장 잘 사는 것 같다. 두부를 잔뜩 넣고 시금치 된장국을 끓이고, 봄동으로 겉절이를 해서 갓지은 새 밥과 먹을 때 그때가 '나 진짜 잘산다' 싶다. 잘 해먹이고 잘 자는 게 다지 뭐 다른게 있겠는가_



그럼에도 요즘은 긴 여행을 앞두고 들떠서인지, 깊은 잠을 못자고 있다.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이거 필요한가? 이것도 들고가야하나? 아... 얘도 사야되네? 캐리어에 들어갈까? 내가 그걸 들고서 이동할 수 있을까?'하면서 걱정이 계속된다. 설렘과 긴장이 섞인 염려다.



의무와 책임 그리고 결핍으로 가득찼던 가족관계에서 벗어났고, 그보다 더 답답했던 관료집단을 떠나... 진정으로 내 삶을 살 시간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이 기대감에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진짜 살아있는 것 같다. 앞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과거에서 벗어나고 나아갈 시간들이 기대가 된다. 원래 여행보단 그 전에 이런 시간들이 더 설레는 법이지 ㅎㅎ



이를 잠재워보겠다고 9시부터 누워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tell me everything'을 읽었는데, 이게 더 나를 깨웠다. 하 이제 스트라우트 책은 안 볼 줄 알았는데, 저 책은 읽을수록 깊어진다. 어두운데 따뜻하고, 아픈 이야기가 대를 이어 반복되는게 충격인데, 또 이를 담담히 전하는 루시와 밥의 대화에서 '이게 인생이지' 싶기도 하다. 아... 스트라우트는 스트라우트구나.





두서 없지만, 이게 내 찐근황이자 앞으로의 계획이다.


역시 나답게 다음 주는 경주! 그 다음주는 여행준비+부모님께 퇴사와 여행 통보를 하기+ 다다음주는 스페인행 두둥! 이렇게 타이트하게 잡았다.



여유를 갖지 못하는 것, 그게 나다. 어쩔 수 없다. ㅎㅎ


태어나 처음으로 아무런 타이틀도 갖지 않은 채 애매모호한 정체성으로 살고있다. 여전히 교사의 때를 벗지못해, 봄방학인 것 같아 괜한 조급증이 든다. 그러나 나는 더이상 누군가의 와이프도, 강아지의 엄마도, 누군가의 딸도, 교사도, 강사도, 학인도 그 어느 것도 아니다.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그러나 활발히 살아있는 나다. 이런 여백의 상태에 있다는 것이 큰 두려움과 자유로움을 함께 준다.



앞으로의 삶은 이 두려움과 자유로움 사이에서 얼마나 균형을 잡느냐겠지? 그것도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거니.. 다 경험해야겠다. 그렇게 출발을 앞둔 자의 기록을 남겨논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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