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씻는 것을 좋아한다. 옛날부터 물에 둥둥 떠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보일러 고장(?)으로 밤새 추위에 떨고, 온수로 씻지 못한 A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동네 사우나를 검색해서 간다.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A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돌려야 나오는 수도꼭지, 오래된 타일, 의자 게다가 1평도 안되는 사우나실과 2.5인이 들어가면 누울 수 있는 크기의 온탕과 그것보다 작은 냉탕이라니!
"새삼 이런 곳이 쌍문동이구나"하며 현실감이 몰려온다. 하지만 A는 이 모든 것이 즐겁다. 호기심가득한 눈으로 둘러본다. 70-80대의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일제히 나를 쳐다본다. 60대쯤 되보이는 성형수술을 많이 한 중년여인은 나에게 어릴때부터 관리하라며 한 소리를 한다. 늙으면 피부와 세련된 말투라고.. 그 옆에 한 아줌마는 "머리숱도 젊을 때부터 잘 챙겨!"라며 거든다. A는 그저 웃기만 한다.
온탕이 생각보다 따뜻하지 않아서 사우나로 들어간다. 쪼그려앉으면 6명이 꽉차게 있을 수 있다. 한 사람이 일어나면 그 여자의 음모와 엉덩이가 눈 앞에 왔다갔다한다. 하지만 원래 사우나가 그런 곳 아닌가. 모든 몸을 편견없이 바라보는 곳. A나 다른 여자들이나 벗고 있을 땐 모두 평등하다. 직업이 무엇인지, 돈이 얼마나 많은지 상관없다. 그저 벗은 몸 하나로 모두 다 아이가 되는 곳, 그곳이 사우나다.
사우나 속의 이야기는 더 질펀하다. 금값이 얼마나 되는지, 자기 빚이 얼마나 되는지 등등을 세세하게 밝히고 정보를 나눈다. A는 이런 이야기들이 즐겁다. 돈 단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도 또 옆에 사람이 듣건 말건 쌍욕을 덧붙이는 것도 모두 다 재밌다.
무엇보다 A는 이런 작디 작고 영세한 사우나에도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이 신기하다. 현금밖에 받지 않는 곳, 순수 수돗물을 쓴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건 이 곳의 대인 입장료는 7000원이다. 세신비는 23000원. 아마 서울에서 가장 싼 곳일거다. 그런 이 곳은 수도꼭지를 돌려야만 물이 틀어지고(누르는 자동 시스템이 아니다) 벨브같은 걸 돌려야만 탕에서는 온수가 나온다.
A는 이 정도로 오래된 목욕탕은 처음이다. A가 어제 이사온 집도 A의 나이보다 많다(무려 마흔살!!!) 밤새, 이런 집(샷시가 엉망진창이라 들뜨고, 바람만 불면 덜컹덜컹 소리가 무섭게 들리는 곳)에서 어찌살지…? 라며 걱정에 시달렸던 A는 사우나를 다녀오며 마음을 다잡는다. ‘여기가 원래 이런거구나. 내 집 정도면 궁전이네! 샷시 빈틈 큰 것들은 받아들이자. 좀 더 추워지면 방법을 찾아보자’ 라며 자신의 살 집의 노후화와 컨디션에 대해 받아들인다.
이 정도면 큰 수확이었다. A는 그 사우나에 또 갈까?
‘아가씨죠?’라고 물을 때, 뭐라고 답해야 할 지 몰라 그냥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던 A는 이 곳에서 어떤 정체성을 입게 될까? A의 앞날을 지켜봐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