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가 쌍문동으로 이사온 지 딱 일주일이 되었다. 그 동안 그녀는 보일러를 고치고(첫날에는 온수조차 안나옴), 분리수거를 하고, 세탁기를 설치했으며, 퇴근 후 주민센터에 들려 필요한 서류들을 뗀 뒤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고, 거실 벽에는 스크린+빔을 설치했으며, 찬물이 나오지 않는 싱크대의 문제를 집주인과 통화하고 사람을 불러 수리를 했다. A는 이 모든 것을 출/퇴근을 하며 했다. 참으로 정신없는 한 주 였다. (A의 마음 속이 그 어느때보다 혼란스러운 것은 덤이다)
그런 A가 퇴근 후 의식처럼 치루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근린공원 걷기와 집 주변 도서관 가기_
하루종일 에너지 넘치는 초등학생들을 상대하는 일을 가진 A는 퇴근후엔, 아주 절실하게 혼자있을 수 있고 조용한 공간을 찾는다. 그렇게 8:00-16:30까지 밝고 똑부러지고, 친절한 여교사라는 페르소나를 벗을 수 있는 곳을 갈구한다.
다행히, 그녀가 근무하는 학교 주변엔 동산같은 근린공원이 있다. '안녕히가세요! 내일 뵈어요:)' 라면서 인사하고 바로 침울한 표정이 된.. 이유를 모른 채, 한없이 몰려오는 서러움을 느끼는 A는 약 20-30분정도를 오르락 내리락하며 산 길을 걷는다. 그렇게 지나가는 강아지를 보며 멀어진 자신의 강아지를 떠올리며 가슴 저릿함을 느끼기도 했다가 또 발바닥에 집중하기도 했다가, 공기를 맡기도 했다가 하며 주의를 전환한다.
그렇게 걸으며 어느정도 열을 낸 A는 네이버지도를 켜고(아직 동네가 낯설어서 혼자 힘으로 찾지 못한다), 빌라와 구옥 건물들을 지나 작은 도서관으로 간다. 그 동안 '작은 도서관'을 가보지 못한 A는 이곳이 북까페인 것같아 놀랐다. 소장도서도 적은 편_ 하지만 상관없다. 3층으로 올라가 한 곳에 자리를 잡은 뒤, 휴대폰을 끈다. 그리고 기억 속에 떠다니던 책 이름을 검색한 뒤 찾는다. 다행히 몇 권이 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세계속의 버섯' 등등 짤막하게 읽다가 빌려오기도 한다. 그렇다고 집에서 책을 읽는 것은 아니다. 집에 오면 저녁을 차려먹기 바쁘기 때문이다.
5일중 이틀_ A는 퇴근길에 공원을 걷고, 도서관에 가서 자신에게 묻은 여러 소음과 목소리들을 벗기는 시간을 가졌다. 그녀는 소망한다. 이런 시간을 더 낼 수 있기를... 사람들을 덜 만나고, 고독 안으로 들어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