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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ss Jul 22. 2021

별것 아닌 선의


 지난 5월부터 학교 밖 청소년들의 배움터인 #바라지학교 에서 검정고시 과목으로의 영어를 가르친다. 학생이 두 명이라고 들었는데, 첫 날인 오늘 한 명만 만날 수 있었다. 

첫 만남인데도 어색하지 않게 본인의 영어실력과 관심사 등에 대한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 아이�느낌이 좋다. 

그 동안 사립초등학교와 목동에서 과외를 하며 흔히 말하는 “있는 집 자식” 들만을 상대했다. 사교육 시장에 있을 때도 내가 부의 재생산에 한 몫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계속 고민하게 만들었는데 드디어 내가 필요한 곳에 쓰이겠구나 란 생각이 들어 설렌다. 

2시간 정도의 수업이 끝난 후, 교감샘과 상담을 하고 나오는데 정문 앞에서 학생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쌤 여기 길 잘 모르실 것 같아서 같이 가려고 기다렸어요. 몇 번 버스타세요?” 

그리곤 맨 몸으로 온 나에게 우산도 씌워준다. 내 버스가 먼저 와 헐레벌떡 타고 앉아 밖을 보니 그 학생은 다른 버스정류장을 향해간다. 

“아, 나를 위해 여기까지 와 준 것이구나” 뭉클해진다. 자기가 버스 타는 곳도 아닌데 나를 데려다 준 것이다. 

노란 머리에 피어싱 투성이_ 이 학교밖 청소년은 나를 위한 #별것아닌선의 를 보여줬다. 덕분에 나는 두고두고 집에와서도 내내 곱씹으며 따스해하고 있다. 

이런 선의는 약 10년간 사교육과 공교육에 몸 담았어도 느끼지 못했던 그것이었다. 

이 작은 선의는 나에게 #이소영 선생님의 책을 떠올리게 했고, 이렇게 표지까지 예쁜 책을 쓰다듬으며 펼쳐본다. 

작은 선의들을 두고두고 기억하며 살고 싶다. 그리고 나도 이 선을 행하며 살기를 다짐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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