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의 평범한 가계부_1. 취미는 가계부 정리
요즘 즐겨 드시는 음식은 뭐에요?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요?
여유시간에는 뭐 하면서 지내세요?
매 순간이 한 푼인 세상입니다. 집에서 숨만 쉬고 지낸다 해도 돈이 필요하지요. 목이 늘어난 티셔츠라도 옷은 있어야 하고, 밥만 먹고 살려고 해도 최소한 쌀과 물, 가스레인지와 냄비가 필요하고, 김치 한 쪽이라도 있어야 합니다. 그 돈을 벌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가는 순간에도 최소한 교통비는 손에 쥐고 있어야 하고, 요즘 세상에 취업에 성공했다는 연락을 받으려면 핸드폰도 가지고 있어야 하니 통신비도 있어야 하죠.
프랑스의 유명한 식도락가 장 앙텔름 브리야사바랭은 음식이 우리 영혼의 거울이라고 믿으며, "당신이 어떤 음식을 먹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내가 알려주겠다"고 했다는데요(행복의 지도, 에릭 와이너). 이를 빌어, '당신이 어디에 어떻게 돈을 쓰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하고 싶습니다. 10년 넘게 가계부를 쓰다 보니 제가 무엇을 해서 돈을 버는지, 어떤 물건과 활동에 얼만큼의 돈을 쓰는지까지 가계부에 기록된 소비지출 목록과 금액이 저의 생활을 가감없이 보여주더라고요. 저와 제 가족의 매일매일이 가계부에 있습니다.
가계부를 쓴다고 해서 제가 큰 부자가 된 것도, 알뜰살뜰한 절약의 여왕이 된 것도 아닙니다. 저만의 취미라서 가족들에게는 절약하라고 강조하지도 않습니다. 가끔 배우자에게 이번 달도 적자야, 라고 넌지시 상황은 알려주지만요. 예산을 모르는 저의 가족들은 물론, 예산을 직접 짜고 관리하는 저 또한 예산을 초과하더라도 먹거리와 생활용품을 삽니다. 제 계획에 맞지 않는다고 가족들에게 과일을 덜 먹으라고 하거나 화장실에서 휴지를 덜 쓰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매일 가계부를 쓰고 매월, 매년 결산을 합니다. 어떤 달에는 부부가 모두 바빠서 주말 내내 집콕하기도 하고, 어떤 달에는 여유가 있었는지 나들이를 많이 다니기도 합니다. 아이 방학이 되면 학원비가 늘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차 수리비가 들기도 합니다. 지난 달에 어떻게 지냈는지, 지난 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가계부에서 읽어낼 수 있습니다. 가계부가 가족의 생활 기록장인 셈이지요.
처음 질문에 답을 하자면, 저희 가족은 요즘 샐러드를 챙겨 먹으려고 노력하고(샐러드팩 구입횟수 증가), 주말에는 한두 번 외식을 합니다(폭발적인 외식비). 아이는 열심히 학원에 다니고 있고(지출 비중이 가장 높은 학원비), 배우자는 당근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당근페이 이체 비용), 어머니는 매일 유기농 마트에서 장을 보십니다(유기농 마트에서 매일 울리는 카드 알람).
저요? 저는 여유있는 시간에 카드 알람 뒤적이며 가계부 정리합니다. 제 취미생활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