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
새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입학하는 사람도, 졸업하는 사람도 꿈에 부푸는 시기이죠?
2009년 바로 오늘...
3월 2일 자로 “한의사 면허증”을 발급받고 한의사가 되었습니다.
고생했던 시간들이 스치면서 왈칵 쏟았던 눈물..
하지만 한의사로서의 새로운 기대로 한껏 부풀었던 시간들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시작했던 대한민국에서의 한의사 생활..
"병원에 환자들이 많아요? 하는 지인들의 인사에
“왜 병원에 환자들이 많아야 하나요? 아픈 사람이 적어야 좋은 것 아닌가요?”
하고 의아하다는 듯이 반문하여 상대방을 당황시키던 일도 이제 추억이 되었습니다.
환자로부터 진료비를 받는 것이 그렇게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했고,
많은 병원들이 경쟁적으로 홍보를 해야 살아남을 만큼 의료가 상업화되어있다는 현실이.
왜 나한테만 이상하게 비쳤던 걸까... 하는 생각도 이제는 민망하게 느껴질 만큼
이제 저는 대한민국의 한의사가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는 또 새로운 시작을 합니다.
대학교 강단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3월 2일 대학강단에서 교수라는 타이틀로 첫 수업입니다.
무릇 처음은 늘 떨리고 긴장되지만 설렘도 있습니다.
세미나 발표, 대학원 특강은 꽤 해봤어도 수십 명의 학부생들과 이렇게 매주 두 번씩 마주하는 행위는 처음입니다.
북한에서 고등중학교를 졸업할 때 교단에 서고 싶었던 정말 큰 소망과 꿈이 있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의과대학에 가게 되었고 지금은 의료인으로 살고 있지만..
오래동안에 간직된 교단에 서는 꿈, 그 꿈을 저는 이루었습니다.
얼마 전에 아들과 꿈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 나이가 되어 꿈을 이루게 되었다, 엄마가. 이렇게 꿈을 이루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말하고 있는 저도 감격에 북받쳤고.
아들도 "그러네요. 엄마. 정말 축하해요" 하면서 20대가 원하고 바라는 교수의 모습들에 대해 조언을 해줍니다. ㅎㅎ
수강신청인원 56명.
다소 많다는 느낌이 듭니다.
대학교의 포털 이용도 어렵고 비대면 화상강의 진행으로 포털과 줌 프로그램을 연결하여하는 강의는 더욱 어렵습니다.
그 보다 어려운 건 학생들에게 저의 강의가 어떻게 인지 될지일 듯합니다.
편안한 강의이고 싶지만 혹 그것 때문에 대충대충, 무책임하게 강의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너무 구체적이고 깐깐하게 하면 재미없다고 생각할까.
전공과는 무관한 강의라 깊이가 없다고 느끼지는 않을까.
무심코 튀어나갈 북한 사투리나 북한식 거친 표현들 때문에 학생들이 뜨아.. 하지 않을까..
과제가 많아 번거롭다 하면 어떡하나,
과제보다 시험을 치르어야 성적 변별이 확실할 텐데..
이런저런 생각, 고민, 걱정 때문에 어제는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하. 하 하
그렇게 오늘 첫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프로그램이 익숙지 않아 버벅댔고, 진땀 빠질 빠질 흘렸고. 학생들에게 한없이 미안했고..
그래도 마치고 수고했다고 좋았다고 보내준 문자들 덕분에.. 진짜 좋았나? 하고 위안을 받고 나니 저녁밥도 맛있었습니다.
축하한다고..
지인이 맛난 저녁을 사주었습니다.
한 학기를 하게 될지...
다음 학기에 또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저의 진심을 담아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건 참 힘든 것 같습니다.
힘들기 때문에 가치 있고 의미 있는 행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늘 초심으로 ^**^
응원해 주셔서 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