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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념있는 희애씨 May 31. 2022

수면 시간, 행복의 척도

파트 2. 포기하다


“안녕하세요. 인턴기자 손희애입니다.”


글을 계속 봐오신 분들에게는 시간의 흐름이 뒤죽박죽이겠지만, 내 나이 24살로 돌아가 보자면 그 해 여름은 저 한마디로 모든 설명이 끝난다고 볼 수 있다.


아나운서 준비생에서 방송기자로 방향을 돌린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JTBC에서 인턴기자를 모집하는 공고를 보게 됐다. 주저할 게 뭐가 있을까. ‘저를 제발 뽑아주세요.’ 한 문장을 몇 문단에 걸쳐 구구절절 자기소개서에 녹여낸 뒤에 제출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일주일쯤 지났을까 필기 합격 메일이 도착했고, 앞서서 JTBC 인턴 경험이 있는 학원 오빠를 못 살게 굴며 면접장에 들어가는 걸음걸이에 대한 정보까지 뽑아냈다.


살면서 모든 퍼즐이 완벽하게 딱 맞아떨어진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지 않은가. 그 면접장에서의 모든 순간이 그랬다. 마침 대학생 때 다녀온 역사대장정을 함께 했던 방송사가 JTBC였고, 면접관들은 내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주목했다. 게다가 밤낮을 나에게 시달리며 팁을 줬던 학원 오빠의 면접관이었던 기자가 동일하게 면접관으로 들어왔다! 마지막 퍼즐이 탁! 하고 소리를 내며 맞춰지는 듯한 희열이 들었다. 결과는 합격!


2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아침 7시부터 시작하는 아침방송팀에서 절반, 국회와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정치부에서 절반의 시간을 보냈다. 기자로서 현장을 누비는 경험도 중요하지만, 제작팀과 함께 하며 뉴스가 만들어지는 환경도 배우고 싶다는 욕심에서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지금 와서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당시 JTBC 뉴스룸의 앵커였던 손석희 선배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더 보려는 욕심도 있었다.


인턴기자 생활을 한 줄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여러 가지의 후보군이 떠오르지만, 이 글에 걸맞은 한 문장은 ‘행복한 포기’가 아닐까. ‘행복’과 ‘포기’가 나란히 선다는 것이 다소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더할 나위 없이, 딱 그러한 2 달이었다. 어릴 적부터 꿈꾸던 ‘뉴스’를 만드는 현장에서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은 내 어깨를 한 껏 끌어올렸으며 심지어는 퇴근이 아쉬워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됐다. 그 와중에 포기해야 하는 것이 딱 하나 있었는데, ‘잠’이었다. 아침잠, 저녁잠 구분할 것 없이 아무리 누워있어도 허리 아픈 줄도 모르고 자는 내가 하루에 3시간씩 자면서도 매일이 행복했다고 하면 우리 엄마는 “너무 힘들어서 미쳤군”이라고 실소를 내뱉을 거다.


아침 방송팀에 소속돼 있는 동안은 아침 7시 방송을 위해서 사연 있는 여자처럼 새벽 3시에 택시에 몸을 실어야만 했고, 정치부에 있는 나머지 기간 동안은 출근시간이야 아침 7시로 정해져 있었지만 퇴근시간이 따로 없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워낙 일을 열심히 해서! 인지는 모르겠고 정치에 관련된 일이라면 누구네 집 앞, 지방의 작은 회관 어디든 무한 대기를 해야 했으니 방도가 없었다. 퇴근을 위해서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가도, 도로로 뛰쳐나가 택시를 잡아타고 현장으로 향하는 게 기자의 삶이었다.


그때 확실히 알았다. ‘사람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야 한다.’


하고 싶은  수는 없겠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손이 향하는 부저 버튼이 눈꼽 만큼이라도 마음이 기우는 쪽이어야 한다는  변기 뚜껑을 덮고  위에서 쪽잠을 청하면서도 웃고 있는 나를 보고 선명하게 깨달았다. 매일 같이 심장이 격하게 뛰며 열정을 느꼈다가는 행복은커녕 심장질환으로 쓰러질 수도 있지만, 더럽고 치사한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에서 이따금씩 ‘하고 싶은  하고 있다는 사실은 마치 마약처럼 고통을 잊게 하는 힘이 있었다.


요즘도 이따금씩 알람의 힘을 빌어도 10시간을 넘기며 잠을 청할 때는 적막을 깨는 물음표를 나 스스로에게 던지곤 한다.


 요즘 하고 싶은 게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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