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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희빈작가 Sep 29. 2022

대한민국 엄마와 딸의 말투

3대째 싸우는 말투   

  

“여보, 이제 셋이 싸우고 있어”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남편이 자주 했던 말이다. 

내가 엄마에게 썼던 말투는 그대로 아이에게 대물림 되었고, 우리 셋은 늘 그런 말투를 쓰고 있었다.    

  

나는 엄마에게 

“엄마 이렇게 하지 말랬잖아” 얘기하고 

아이도 할머니에게

“할머니 이렇게 하지 말랬잖아” 얘기한다. 

“너 할머니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 하면서 또 내 말투를 되돌아 보았다. 

엄마는 “괜찮다. 말하는 게 귀엽잖니” 하고 내버려 두라고 하셨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 엄마가 그렇게 말하니까 애가 버릇이 없지. 혼낼 때는 혼을 내야지.”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 할머니한테 똑바로 말해. 한 번만 더 그렇게 버릇없게 말해봐. 혼날 줄 알아”


내가 엄마한테 했던 말투를 그대로 따라 하고 있는 아이를 혼냈다. 

그걸 혼내지 않는다고 엄마에게도 한소리 했다. 

뒤돌아보면 다 내가 잘못했던 것이었는데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계속해서 짜증 내는 말투를 쓰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 남편은 셋이 싸우고 있다고 표현한 것이다. 


아이의 말투 속에서 내가 엄마한테 하는 말투를 알게 되고, 엄마한테 하는 내 말투를 바꿔야겠다고 부단히도 노력했다. 

그러나 엄마를 만나면 나도 모르게 나오는 말투들에 나도 놀라곤 한다. 

예전에는 모르고 했던 말투들이라면 그래도 지금은 내 말투가 이상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저 엄마랑 나랑은 잘 맞지 않는다고만 생각했다.      


아이가 여섯 살쯤 되었을 때다. 

엄마와 아이와 함께 마트를 가고 있었다. 

나는 운전을 하고 있었고,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을 나에게 얘기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오늘 장을 뭘 봐야하는지 말씀을 꺼냈다. 


나는 둘의 이야기를 다 들을 수가 없어서 “고은아 잠깐만 ” 했는데 아이는 이미 화가났다. 

“내가 얘기하고 있었잖아. 

엄마는 누가 먼저 얘기하고 있을 때 끼어들면 안된다며, 나보고 맨날 기다리라고 했잖아. 

대화가 다 끝나면 하라고 했잖아. 

근데 왜, 왜 할머니는 내가 말하는데 끼어들어?” 

내가 듣기에는 여섯 살이 말하는 것 치고는 조리있게 잘 말했고 그말이 다 맞다. 

할머니가 내가 끼어들어서 미안하다 하면 좋았을 것 같은 상황이었다. 


“할미가 말하는데 뭐라고? 얘가 왜이래? 할머니한테 뭐라는거야?” 

“할머니는 말하지마” 


할머니는 할머니대로 화가 나고, 그때 나는 너는 할머니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냐고 또 화를 낸다. 

물론 처음에는 아이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었는데, 이미 할머니가 화난 상태이므로 아이를 나무라야 한다. 

아빠가 말한 셋이 싸우고 있는 상황이 맞다. 

나는 아이를 나무라고, 아이는 할머니에게 뭐라하고, 할머니는 나에게 서로서로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나는 말투를 쓰면서 기분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 

마트에서 장을 볼 기분도 아니다. 

그렇게 우리는 마트를 가지도 못한채 집으로 오고 말았다.      


엄마와 딸은 원래 그래요     


남편과 시동생 동서 넷이서 대화를 한 적이 있다. 


“나는 엄마한테 제일 못하는 것 같아. 

예쁘게 하려고 해도 잘 안 되더라고. 

생각은 맨날 잘하고 싶은데 막상 만나면 말이 예쁘게 안 되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 


“원래 그래요. 엄마랑 딸이랑 다들 그렇게 얘기해요. 우리도 그렇잖아요” 

자매가 셋인 우리 동서가 얘기했다. 


“그치? 원래 그런 거지?”

엄마와 딸은 원래 그렇다는 말이 위안을 받으며 남편에게 얘기했다. 


“거봐. 원래 그렇다잖아. 동서네도 그런다잖아. 다들 그래. 우리나라 엄마와 딸 들은 다 그렇게 대화해.”      



교회 집사님하고 통화를 했었다. 

“엄마한테 잘하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엄마한테 쓰는 말투가 엄청 이상하고, 그게 잘 안 고쳐져요.”

“아 뭔지 알 것 같아” 

“그쵸? 그쵸?” 

“며칠전에 우리 보람이 친구들이 집에 왔었는데, 애들이 엄마한테 너무 잘하는거야. 

어쩜 예의바르게 이렇게 잘할까 너무 예쁘더라고. 

애들 가고 보람이 한테 얘기했지. 

너 친구들은 엄마한테 어쩜 저렇게 잘하니 예쁘더라. 

보람이가 뭐라는줄 알아? 엄마, 쟤네들도 자기 엄마한테는 다 나처럼 똑같이 그래.” 


“맞죠.. 다 똑같죠~~”

“그럼 엄마가 너무 편하니까 엄마한테나 그러지 누구한테 그러겠어.”     


모범생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다 잘하는데 유독 엄마에게만 짜증을 내는 나의 말투에 대한 글을 블로그에 적은 적이 있다.      


“저도 친정엄마한테는 말을 예쁘게 못 해요” 

“저도 그래요.” 

“제가 쓴 글인 줄 알았어요.” 

“대한민국 많은 엄마 딸들이 똑같이 대화를 하는 것 같아요.” 라는 댓글을 받았다.      


솔직한 마음으로 위 댓글들이 위로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바꾸고 싶다. 

엄마에게 예쁘게 잘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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