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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초연 Sep 30. 2015

늦은 오후의 단편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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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입구를 의식했던 날.


저 입구에 들어서는 것들 중

곧 나를 기쁘게 할 무언가가 삐죽 나올 것이란 생각에

당장이라도 입구가 출구인 양 달려나가고 싶어 진다.


오늘은 의식처럼 치러져야 할 특별한 날이건만

입구를 밟고 내 앞으로 성큼 걸어올 그 사람의 등장이 특별한 날의 이벤트가 된다.


자랑스레 떠벌일 특별한 날의 묘사 따위,

그 사람의 존재보다도 더 귀할 성 싶어 만남이라는 선물을 얌전히 기다린다.


나의 오감이 오롯이 한 곳으로 집중되는 시간.



-      중        략     -

(만남의 시간은 회상하니 도저히 진정된 글을 쓸 수 없어 전, 후만 끄적거렸더라는 비겁한 변명의 묵음처리)



왔던 길을 고스란히 되돌아가는 시간.


오는 내내 간지럽혔던 설렘은 증발하고 없지만

채 식지 않은 따뜻함을 품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_


낯선 길도 익숙하야 반갑다 할 수 있고

돌아가는 길이 있다는 건 다시 만나러 올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사실에

마냥 마냥

행복해지는 시간.


함께 본 것들로 하여금 그대를 떠올리는 기쁜 매개체가 된다.

그렇게 할 수 있음에 가는 길에도 다시 한번 그대가 온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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