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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초연 Sep 30. 2015

익숙한 새벽 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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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은    '익숙한 새벽 세 시'


거리를 걷고 또 친구를 만나고 많이 웃는 하루를 보내도 

오늘도 나는 잠 못 드는 이미 익숙한 새벽 3시 


샤워를 하고 좋아하는 향기의 로션을 천천히 바르고 

요즘 제일 좋아하는 음악 들으면 나아질까 


어제 본 귀여운 남자애 얘기를 잔뜩 들떠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이미 알고 있어. 난 걔를 좋아하지 않아 


전화기를 전부 뒤져봐도 딱히 보고 싶은 사람도 없지만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지금 누구라도 보고 싶어 


거리를 걷고 또 친구를 만나고 많이 웃는 하루를 보내도 

오늘도 나는 잠 못 드는 이제 익숙한 새벽 3시 


혹시 니가 돌아올지도 모른단 가망없는 상상을 하지만

그런 일 일어난다고 해도 난 너를 좋아하지 않아  


출근길이며 퇴근길에 오지은의 목소리를 귀에 담고 다니면

종일 긴장감에 빳빳했던 몸도

막 샤워를 마친 듯 유들하게 풀린 기분이 들어 좋다.


그녀의 젖은 목소리도 좋지만

단연 목소리 때문만은 아니다.


가사의 배열들이 일정하게

'~ 하지만 ~ 하지 않아.'


단연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의미가 살아있어

낚아채는 손목에 힘이 느껴진다.

정녕 강한 것은 부러지지 않고 휜다 하였다.

유들한 목소리와 가사에 숨어둔 강한 메시지의

그녀의 노래가 참 좋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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