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의 생활과 현재의 모습의 차이에 관한 고찰 두 번째
이 글은 경제에세이 1편. 500년 전의 노예에 관하여(1)와 이어지는 내용으로 먼저 읽고 와 주길 바랍니다.
세 번째, 노예들은 서로 주인과 가문을 비교하며 열등과 우열을 가렸다.
앞서 얘기한 것과 같이 노예들은 다른 노예와 자기의 주인을 서로 자랑하며 경쟁했다. 나의 주인이 다른 주인보다 더 훌륭한 것이 곧 노예의 자랑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주인 가문의 표식 혹은 문양을 자기를 드러내는 장치로 이용했는데, 자기 자신의 가치보단 자신이 속한 곳이 어디냐에 따라 서열이 정해지기도 했다. 같은 노예 처지면서도 좋은 가문의 노예들은 다른 가문의 노예들을 무시하였고 승리자처럼 행동했다. 그래서 노예로 일하면서도 더 좋은 곳에서 노동하기 위해 일하지 않는 순간에도 주인에게 선택받기 위한 노력을 했다. 자신보다 더 좋은 곳에서 노동하는 노예를 선망하고 부러워하며 더 고귀한 존재로 인식하였고, 자기보다 못한 곳에서 노동하는 노예를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경향은 노예들의 경쟁을 부추겼다. 어릴 때부터 우수 노예가 되기 위해 동심, 자유, 청춘을 포기하고 지냈고, 많이 포기할수록 사람들에게 인정받았다. 이에 안타깝게도 많이 포기하는 것을 열심히 인생을 사는 것이라 착각했다(특히 젊은이들이). 심지어 노예가 되지 못해 자살하는 사람도 발생했다. 이에 노예의 생활은 더욱 힘들어져 갔지만, 주인들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황금기가 없었다. 적은 비용으로도 우수한 인적 자원을 쉽게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네 번째, 주인의 작은 선의에도 노예들은 크게 감복했다.
이때의 노예들은 자기 주인의 선의를 과대평가했다. 주인은 당연히 해주어야 할 것을 자비롭게 해주는 척을 하며 노예들을 감쪽같이 속였다. 그래서 노예들은 주인들의 작은 선의만 베풀어도 감복(感服)했다. 지금이야 당연한 것이지만, 이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나 보다. 주인이 밥시간에 옆집 노예들보다 나에게 더 맛있는 밥을 주면(물론 상대적인 기준이다) 그게 그들에겐 큰 자랑거리였다. 자유롭게 태어난 노예들이 당연히 자유롭게 사용하여야 할 시간에 살짝의 여유만 주어도 그것을 또한 큰 복지라 여겼다. 그러한 살짝의 여유도 얻지 못하는 노예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주인이 아플 때 쉬게 해 준다던가, 열심히 하면 열심히 한 만큼의 일부를 나에게 나누어준다던가(대부분은 주인이 들고 간다), 늦게 노동을 시작하거나 빨리 집에 보내 준다던가 등의 조금의 자비만 베풀어도 행복해했다. 이런 것을 보면 현재 우리가 당연히 매일 누리는 가치를 이때는 누리지 못한 듯하다.
길을 다닐 때 노예들은 족쇄를 자랑했다. 누가 더 예쁜지 혹은 누가 더 가볍고 이동하기 편한지. 족쇄를 풀어버릴 생각은 안 하고 말이다.
다섯 번째, 자신들이 노예인 줄 몰랐다.
무엇보다 이 시대의 노예들의 가장 놀라운 점은 자신들이 노예인 줄 몰랐다. 사회적으로 치밀하게 노예에게 최소한의 그럴듯한 권리를 부여하였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그들은 나름 자유 의지로 움직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예로 지내면서도 누군가 노예라고 하면 크게 분개했다. 자신은 노예가 아니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시간과 신체에 대한 자유를 빼앗긴 채 살아가는 것이 곧 노예이다. 하지만 수천 년 전의 채찍을 맞던 노예와 자신을 비교하며 노예가 아니라 한다(채찍이 아닐 뿐 다른 것에 치이며 살고 있으면서 알지 못했다). 안타깝지만 자신이 사랑하지 않고 뜻과 꿈이 없는, 게다가 청춘과 행복을 희생해야 하는 노동을 누군가를 위해 하면서 동시에 나의 꿈과 가족, 사랑, 시간을 포기해야 한다면 그것이 곧 노예의 삶이지 않을까? 다 빼았겼으면서 노예가 아니고선 무엇인가? 그래서 대부분의 노예는 죽을 때 자신이 노예였단 사실을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때였다.
위 사례를 듣고 우리가 가장 이해 못하는 점은 이 시대에는 노예제가 없었다. 노예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처벌을 받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노예들은 모두 자기의 의사로 노예가 되었다. 그 어디에도 강제로 존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노예를 택하였고 그만두지 않았다. 노예를 중간에 그만두는 것은 불명예라 생각하는 노예도 있었고, 대부분은 어디에서 세뇌가 된 것인지 근거 없이 무작정 노예가 아닌 생활은 위험하다 생각했다. 노예가 아닌 자들은 안타까워까지 했으니 말이다. 반면에 노예를 택하지 않은 사람들은 여행을 다니며 맛있는 것을 먹고 자기가 원하지 않는 노동을 하지도 않았으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유로이 지냈다. 자신과 가족을 사랑할 수 있었고 소중한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노예는 이들 중 일부 혹은 대부분을 포기해야 했다.
현재와 500년 전의 노예의 삶을 비교해보며, 지금 얼마나 우리가 자유로운 의지를 가지고 진정한 행복을 찾아 살아가는지 생각해보자.
그리고 생각한 것은 내일, 2521년 x월 x일까지 보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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