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많은 아이로 보이기까지, 그 뒤의 이야기”

중학생이 된 나는, 여전히 외로웠다

by 새봄

드디어 중학생이 되었다.

새 교복을 입는다는 설렘은 잠시, 거울 앞에 선 나는 실망과 창피함에 눈을 돌렸다. 치마는 앙상한 다리를 감싸지도 못한 채 빙빙 돌았고, 새엄마는 교복점에서 나가며 말했다.


“넌 어째 뽀대가 안 나니? 에휴.”


나는 광고에 나오는 브랜드 교복 대신, 가장 저렴한 교복을 입었다. 다른 애들은 반짝이는 안감을 가진 교복을 입고 다녔지만, 나는 옷을 벗는 순간조차 부끄러웠다.


말랐기 때문에, 먹지 못했기 때문에, 먹고 싶다고 말할 수 없었기 때문에. 냉장고 앞에서도 눈치를 봐야 했고, 간식을 꺼내면 따가운 눈초리가 날아왔다. 그래서 나는 말랐다. 마음도, 몸도.


그래도 학교에서는 조금 달라지고 싶었다. 수줍고 조용하던 나는 친구들을 사귀고, 재치 있는 아이가 되었다. 웃음 뒤에 숨은 갈망은 단 하나였다.

사랑받고 싶다.


사랑의 빈틈을 친구들과 이성에게 기대며 채우려 했고, 꿈꾸는 것으로 하루를 버텼다. 나를 인정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숨 쉴 수 있었다.


하지만 방학은 지옥이었다. 친구들이 여행을 가는 동안 나는 새엄마의 부업을 도와야 했다. 강제로 앉혀져 밤이 되도록 손을 놀려야 했고, 용돈 한 번 받아본 적 없던 나는 새언니의 선물과 꽃다발 앞에서 또 비교당했다.


“쟤는 저런 것도 할 줄 몰라. 희진이가 낫지, 자기야. 애를 잘못 키웠어.”


어린 나는 매일 자존감이 무너졌다.

먹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말할 수 없었다.

그저 참고, 사라지고 싶었다.


어느 날, 견디다 못해 아빠에게 마음을 적어보았다. 내가 들은 말, 상처받은 순간, 그 모든 걸 날짜와 시간까지 적은 종이를 내밀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찢겨진 조각들이었다. 아무도, 나를 보지 않았다.


음식물 쓰레기 봉투 세 개를 들고 버리러 간 어느 날. 돌아와 보니 문은 잠겨 있었고, 나는 문 앞 계단에 하염없이 앉아 있어야 했다. 손에서는 음식물 냄새가 났고, 내 존재는 그저 ‘귀찮은 짐’이었다.


그날 이후로 새엄마의 목소리만 들어도 숨이 막혔다.

화장실에서 울며 기도했다.

“제발, 이 고통이 끝나게 해주세요.”


죽고 싶었다. 정말로.

인터넷을 뒤지고, 스스로 목을 조르고, 물에 얼굴을 박고 숨을 참기도 했다.

죽음조차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중학생인 나는 너무 일찍 알았다.


하지만 살아남았다.

부서져 가며도, 썩어가며도,

나는 살아남았다.


[사랑받지 못한 나에게]으로 브런치 북으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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