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을 버텨야 했던 이유

나의 유일한 탈출구, 간호사의 꿈

by 새봄

나는 친구들과 약속이 있거나 갖고 싶은 게 있어도, 단 한 번도 “용돈 주세요”라는 말을 꺼낸 적이 없다.

새엄마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무서웠고, 싫어하는 사람에게 돈을 달라는 건 상상조차 어려웠다.


언니는 다르게 살았다.

“엄마, 만원만”, “엄마, 뭐 사줘.”

새엄마는 카드며 현금을 주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내 눈앞에서 당당히 용돈을 건넸다.

나와 언니의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차별’이 되어갔다.


나는 사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많은 미성년자였다.

하지만 내 겨울엔 후드 하나뿐이었다.

유행하는 패딩은 언니 차지였고, 나는 솜도 없고 너무나 저렴해 보이는 외투 하나를 받았다.

그것조차도 마지못해 사준 것이었다.


나는 그런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돈을 벌고 싶었다.

20살이 되자마자 가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처음으로 먹고 싶은 걸 사보고 입고 싶은 걸 입어봤다.

그 몇 가지 물건이 내 전부였다. 그런데, 새엄마는 그걸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니만 잘 먹고 잘 살 거면 왜 이 집에 살아?”

“에휴, 지만 생각하네. 돈이 많은가봐?”

내가 산 물건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없을 때 방에 들어와 봉투를 찢어보았다.

숨이 막혔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아빠를 위해 옷과 속옷을 샀다.

정말 기뻤다. 선물하는 기쁨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또 상처였다.


“희영아, 엄마 것도 선물하지 그랬어? 서운해 하시더라.”

“이거 돈 줄 테니, 엄마 것도 챙겨드려.”

왜 나는 늘 공평해야 하고, 늘 증명해야 하고, 늘 더 줘야 할까.

그래야만 조용한 하루를 살 수 있는 건가.


나는 화장품과 편지를 써서 안방에 넣어두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찢긴 화장품 포장지와

구겨진 편지 위에 적힌

굵은 글씨였다.


“너 때문에 우리 집 파탄이야!!!!”

숨이 멎었다.

눈물이 쏟아졌다.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에휴... 너네 왜 이러냐. 너가 좀 더 잘해봐.”

그 말이 가장 잔인했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1등도 했고, 상도 받았다.

말하지 않았다.

기뻐해 줄 사람이 없으니까.


내 생일에는 친구들이 선물을 주었고, 케이크가 세 개나 되던 날엔 냉장고에 넣을 공간조차 없었다.

그때 새엄마는 말했다.


“꼴에 가지가지 하네.”

“냉장고 자리 차지하게 저게 뭐냐? 더러워서 안 먹어.”

그때부터였다.

“나는 반드시 이 집을 나가겠다.”

그 목표 하나로 버텼다.

내가 간호사가 되어야,

이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믿었다.



화요일 연재
이전 01화생이별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