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배워야 하는 것

사랑하는 법, 여전히 배우는 준

by 새봄


나는 집 안에서의 나와, 밖에서의 내가 철저히 달랐다.

집은 말없이 잠만 자는 공간이었고, 공부는 스터디카페나 학교 도서관에서 했다.

가족과는 대화를 나누지 않았고, 집에서는 내 감정을 꺼내지 않았다.

말을 아꼈고, 조심스러웠고, 침묵이 익숙했다.


반대로, 바깥에서의 나는 말이 많고 밝은 아이였다.

사람들과 잘 어울렸고, 친구도 많았고, 한없이 웃었다.

내가 어릴 적부터 받아야 했던 사랑은 친구들과 남자친구에게서 배웠다.

그들을 통해 사랑을 받는 법, 주는 법,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를 하나하나 익혀갔다.


그러다 보니, 이별의 감정은 낯설고 어려웠다.

사랑은 배웠지만, 이별은 배우지 못한 채 자랐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감정을 감당할 줄 몰라, 친구든 연인이든

놓지 못하고 매일 울기만 하던 시절도 있었다.


어느 날, 당시의 남자친구와 집에서 아구찜을 먹고 있을 때였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집에, 아빠가 일찍 퇴근해 돌아왔다.

순간 당황했고, 우물쭈물하다 셋이서 어색하게 저녁을 먹게 됐다.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2:1 면접을 보는 기분이었다.


식사 후, 남자친구가 내게 말했다.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아빠가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희영이가 어릴 적부터 사랑을 많이 못 받아서

성격이 예민하고 불같을 거야.

잘 보듬어주고 예뻐해주렴.”

그 말을 들은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아빠가,

다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눈물이 차올랐다.

표현하지 않았을 뿐, 알고는 있었구나.

그런데 왜 모른 척했을까.

그렇게 외면하듯 살아왔을까.


나는 커가며, 사랑을 ‘직접’ 느끼고 부딪히며 배웠다.

그래서 더욱 자주 무너졌고,

그때마다 천천히 다시 일어서는 법을 익혔다.

이젠 안다.

놓아줘야 하는 관계도 있다는 것을.

나를 아프게만 하는 관계는,

아무리 애써도 내가 다치게 된다는 것을.


부족했던 감정은 책에서 배우고,

타인의 사랑에서 조금씩 보충하며 살아왔다.


지금의 남자친구는 나에게 없는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나는 여전히 결핍으로 인해 예민하고, 불같고,

언젠가는 이 관계도 끝날 거라며 방어기제를 세운다.


그럴 때마다 그는 고요한 호수처럼,

내가 불같을 땐 조용히 물을 뿌려주고,

예민할 땐 “무슨 일 있었어?”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사람이다.


나는 그 사람 덕분에 지금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처음이고,

누구나 서툴고,

그래서 배워야 하는 것이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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