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밤에만 감독이 되는가

낮에 흘린 것들이 밤에 장면이 된다

by 희안 Heeeahn

밤에 영화를 만들지만, 영화는 낮부터 준비되고 있다.


영화를 시작하는 사람의 대부분의 이유는 아무래도, '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라는 이유가 가장 많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필자도 이야기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어 시작하게 되었다.


왜 다들 이렇게 생각하는 걸까, 그 시작점을 거슬러 올라간다면 아무래도 '기록'하는 것에 대한 욕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늘 내가 느낀 감정, 오늘 떠올랐던 질문, 이해가 안 되었던 이 상황들 등.

우리는 다양한 상황을 기록하고 기억하고 싶어 한다. 그렇다 보니, 낮에 느꼈던 것들이 밤에 소재가 되어 이야기를 쓰는 경우가 많다.


낮에 느낀 것들은, 밤에 곱씹어 볼 때 새로운 감정을 가져다준다.

무심코 지나쳤던 질문들에 대한 내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는 다시 그 답변을 구성해보기도 하고,

낮에 들었던 나에 대한 피드백은 영화 대사가 되기도 한다.


회사 동료는 나를 이렇게 평했다.

'감성적이지만, 감정적이지는 않은 사람이다'

이 말이 특히 더 와닿았는데, 그 이유는 아무래도 '감성과 감정의 의미'에서 있지 않을까


감성
1. 자극이나 자극의 변화를 느끼는 성질.
3. 철학 이성(理性)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외계의 대상을 오관(五官)으로 감각하고 지각하여 표상을 형성하는 인간의 인식 능력.
감정
1.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


흔히 감정적이다고 말하는 것들은 안 좋은 평을 맞이한다.

과장되게 말하자면, '기분대로 행동함'이라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감성적이라는 것은 어떨까?

다른 사람보다 예민하게 반응함이 주된 해석일 것이다.

즉, 기분대로 행동하기보다는 그 기분을 인식하는 사람에 조금 더 가깝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루는 회사의 출근길에서 이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새로 올라가고 있는 신축 건물이었다.

그 신축 건물을 짓는 수많은 노동자들은, 그 건물이 완공되었을 때 뿌듯함을 느낄까?

이 질문은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해당되기도 한다.

일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타나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 일을 책임감을 가지고 했다면, 뿌듯함이 클 것이고

그저 그런 일로만 생각했다면 그 일이 끝나도 그다지 뿌듯하지 않을 것이다.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질문들이 나에겐 영화가 된다.

낮에 만난 다양한 질문과 감정이, 밤에는 이야기로 풀어진다.

일상을 조금 더 예민하게, 또는 세밀히 살펴본다면 우리의 일상은 영화 그 이상이 될 것이다.


지금 느끼는 이 것들을 기록해 놔야지만 새로운 세계가 되고, 휘발되지 않는다.

화,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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