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과 촬영 현장의 공통점

모두의 신경이 무척이나 곤두서있다-

by 희안 Heeeahn

촬영 현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신경이 곤두서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의 시간은 곧 돈이기 때문.

시간이 지체될수록 우리는 비용을 지불하거나, 무언가를 포기하거나. 둘 중의 하나는 선택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예민하고 민첩하게 움직인다.

이 씬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 컷에서 놓치면 안 되는 디테일은 뭔지.

되도록이면 딜레이 없이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모두의 공통 목표가 된다.

(물론 현장에서는 아무리 준비해도 준비하지 못하는 '변수'가 불시에 찾아오기는 한다)


자본이 많이 준비된 현장이라면 비교적 여유롭게 현장을 거닐지만,

보통의 독립 영화 환경에서는 늘 예산은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최선의 준비 상태로 최적의 동선을 골라 촬영할 수밖에 없다. 그 맛에 독립 영화인가(?) 싶기도 하다만, 언젠가는 넉넉한 돈을 가지고 촬영해보고 싶다는 목표도 하게 된다.


아무튼, 내가 경험한 현장에서는 예산 절감을 위해 하루에 50 컷이 넘도록 촬영을 하기도 한다.

그 속에서 물론 포기하는 것도 있지만, 최선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모두 머리에 김 나게 고민한다.

연출 감독은 재빨리 대안을 세워, 변수를 통제하기도 하고.

피디는 한정된 예산 안에서 이 현장을 최대한 굴릴 수 있도록 열심히 모두를 재촉하는 역할도 한다.

미술 감독은 컨티뉴이티 (흔히 연결이라고 한다)를 최대한 맞추어, 다시 찍어야 하는 상황을 방지하기도 하고

촬영감독, 조명감독, 음향감독은 한정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최대한 연출 감독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누구보다 발 빨리 움직인다.



그렇다면, 기획자의 회의실은 어떤가.

사실 발만 안 움직일 뿐이지, 발이 움직이는 만큼 입을 움직이며 동작 없는 전쟁을 나선다.

디자이너에게 기획의 의도를 설명하고, 동시에 마케터에게 이 제품의 차별점과 셀링포인트를 목이 터져라 설명하곤 한다. 그 후 CS팀에 이 제품에서 고객이 많이 궁금할 점을 설명한다.


그다음이 이제 다 같이 예민해지는 시간이다. 이들도 기회가 한 번뿐인 것은 매한가지이다.

이 제품이 소비자 앞에 소개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의 수정 기회를 얻지 못한다.

그렇다 보니, 열심히 사전에 이 제품을 최대한의 매력도로 끌어올린다.

디자이너와는 소비자에게 더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시각적으로 배치를 설계하고,

마케터와는 이 제품을 소비자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사게 만들어야 할지의 이유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CS팀과는 천하무적 FAQ를 만들 수 있도록 고객 시나리오를 최대한 많이 생각해 낸다.



이러한 방면에서 보자면,

기획자와 영화감독은 곧 같은 목표를 가지고 각자의 현장에서 예민미를 뽐내며 갈고닦는 듯하다.

고객 혹은 관객에게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고, 또 수정하며 사람들 앞에 내세우는 것이다.


우리가 예민한 만큼, 사람들 앞에는 더욱 후광을 뽐내며 보일 수 있다는 그 믿음을 가지고 말이다.


화,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