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드는 영화의 기록들
영화와 일기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가장 큰 건, 아무래도 '이야기'에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떤 것을 볼 때, 즉 어떤 것을 위해 시간투자를 할 때 그로부터 무언가를 남기길 원한다.
일기는 그저 나열한다. 영화는 사건이 일어나고, 그로부터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이런 이야기는 시간 투자에 대한 무언갈 남겨준다.
그것은 메시지가 될 수도, 감정이 될 수도, 그저 그런 교훈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남의 하루 나열은 관심이 없지만, 이야기인 영화에는 관심이 있다.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욕구도 한 몫할 것이다.
내가 만드는 영화들은 어쩌면 일기와 이야기 그 사이일 수 있다.
나의 시간들을 영화 속으로 구겨 넣으니 말이다.
내 질문의 답과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 질문에 대한 답이 궁금한 게,
나에겐 영화를 만들며 가장 신나는 시간이다.
난 주로 이렇게 시작한다.
'키워드'로부터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키워드와 내가 하고 싶은 질문을 연관 짓는다.
키워드는 나에게 꽤나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그 단어의 정의부터, 사람들이 이 단어를 대하는 태도, 질문들이 모두 소재가 된다. 이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질문 하나를 떠올려, 살을 붙인다.
인물들의 이야기가 질문을 설명한다. 질문에 대한 답을 굳이 영화의 결말로 하지는 않는다.
난 내 답을 설명하려 이야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답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훨씬 크다.
물론 생각을 강력하게 전하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요즘 관객들이 영화를 대하는 태도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무작정 내뱉기보다는 차근히 설명하여 내 생각을 말하는 편이 조금 더 와닿는 것 같다.
네오 소라 감독의 <해피엔드>에서 살펴보자면, 우리는 모두 같은 학창 시절을 보내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학창 시절을 모두 겪어보았다. 이 작품을 주욱 보고 있자니 주인공과 내가 대입이 되고, 내 가장 친한 친구가 대입이 된다. 유타와 코우는 어릴 적부터 같은 시간을 보내왔지만, 다른 환경에 놓여 있다. 같은 시간이어도 깨닫고 느끼는 것이 다르다는 의미이다. 서로를 짙게 알고 있다고,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변하지 않아서 좋아하는 친구가 있고, 변했으면 하는 친구도 있는 것처럼.
그렇기에 나는 영화를 써 내려간다.
내 질문은 이렇다. '난 이 시간을 뽀얗게 흐린 사진 한 장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이 기억은 지나간 친구와의 행복한 시간이다. 당신은 이 사진 한 장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그저 나의 이야기를 설명하고, 그에 대한 답은 당신에게서 찾는 것이다.
살아온 시간은 영화의 한 편이 되기 위해 꾸준히 수정본으로 나서게 되는 것이다.
하루를 편집해 한 줄을 만들어 내고, 일 년을 편집해 하나의 시퀀스를 작성하는 것이다.
사실, 동일한 메시지를 위해 흔들리지 않는 줄기의 글을 써 내려가는 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그 세계가 확장된다는 믿음, 그리고 그 세계 속에서 실제로 숨 쉬고 있는 또 다른 나를 만들어낸다는 것만으로도 떨리고, 또 재밌는 시간이다.
각본을 쓴다는 건.. 정말이지....
창작의 고통은 쉽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