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준비하는 것들

by 희안 Heeeahn

영화의 준비 과정 중,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오늘은 영화의 준비 과정, 흔히 프리프로덕션(Pre-production)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자, 영화는 어떻게 시작되는 것일까?

요즘 읽고 있는 책, 목정원 작가님의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이라는 책에서 공연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빌어 비유해보고자 한다. 공연 예술, 즉 우리가 연극 혹은 뮤지컬 (더 많은 공연 예술 종류가 있겠지만)을 생각해 보자면 시간 예술이다. 즉 미디어처럼 곱씹어서 볼 수 없다. 그 공연을 하는 한정된 시간 동안 동일한 장소에 모여 동일한 공기를 통해 우리는 예술을 접한다.


하지만, 영화는 시간 예술이라고 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영화는 멈추어 곱씹어볼 수 있고, 영화를 보는 모든 관객들은 동일한 산출물을 보게 된다. 공연 예술과 가장 다른 점이다. 공연 예술은 공연 당일의 배우의 컨디션 혹은 다양한 변수에 휘말린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변수가 없는 결과물을 만나게 된다.

영화는 변수를 사전에 다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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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우선 하나의 점에서 시작된다.

보통 독립 영화는 감독이 극본을 쓰는 경우가 많다 보니, 오늘은 그에 맞춘 글이 될 것이다.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이야기 혹은 질문에 맞닿은 소재에서 시작된다. 그 이야기로부터 인물의 환경을 구성한다. 이 인물이 어떤 환경에 처해 있을지, 말투, 습관은 물론이거니와 좋아하는 작품까지도 디테일하게 설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후 본격적으로 시나리오 집필에 들어간다. 보통 단편의 경우는 10페이지 내외로 시나리오가 완성된다. 본인은 짧은 이야기를 쓰지 못한다는 특징이 있어 보통 15~18페이지가 나온다. 1장에 보통 2~3분의 극 중 시간으로 계산하고는 하는데, 자칫 분량 조절을 잘못하면 중편 영화가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하기도 한다. 독립영화의 한정적인 예산에 긴 시나리오는 위험 요소를 증폭시키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흔히 '시나리오 다이어트'를 하기도 한다. 꼭 관객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필요한 장면들만을 살리고, 그 외에 것들을 삭제하는 것을 칭한다. 영화의 총분량은 영화의 러닝타임과 예산에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너무 긴 시나리오의 경우 다양한 팀에서 질문 폭탄이 떨어진다.


자, 시나리오가 완성되었다. 이제 감독은 각 팀과의 열혈 토론을 펼쳐야 한다.

자신이 그리는 그림을 모든 스태프들에게 동일한 그림으로 그릴 수 있도록 전달하고,

그들을 설득해야 한다. 선장이 키를 잡고 있고, 그 방향을 선원들이 이해하고 있어야 배가 뒤집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회의의 연속을 거친다.


영화를 준비할 때는 가족보다 스태프의 얼굴을 보는 시간이 많아진다. 집에서 잠만 자고 나와서 로케이션 헌팅, 배우 모집, 테스트 촬영 등... 몸도 모자라고 시간도 모자라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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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스태프와 싱크를 맞추었다면 그다음 일은,

이제 그림을 현실로 옮기는 작업이다.


이 시나리오에 적합한 로케이션을 서칭 하고, 헌팅한다. 즉 찾고, 방문한다.

제일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마음에 드는 곳이 없으면 몇 번이고 우리는 다시 찾고 다시 방문해야 한다.

하루에 5~6 곳을 보더라도 한 곳도 건지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럴 땐 한숨을 혼자 몰래 쉬고, 뒤에서 나보다 더 큰 한숨을 쉬고 있는 PD님을 찾아가 리스트업을 다시 해달라고 말하면 된다.


병렬적으로 배우 모집, 장비 리스트업, 콘티 작업 등을 진행하게 된다.

배우 캐스팅은 작품의 흥행을 가릴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중요하다. 극본을 잘 살릴 수 있는 배우를 찾는 것 또한 쉽지 않은 길이다. 간혹 영화를 보고 난 후 관객이 다른 대체 배우를 떠올린다면, 그건 캐스팅 실패다. 이 역할이 더 보일 수 있는 배우를 하루에 몇 십 명씩 만나는 거다. 같은 내용의 시나리오를 설명하고, 배우들의 연기를 본다. 그때마다 늘 감격스럽다. 누군가 내 대본을 보고, 해석해서 시간을 내주는 그 시간이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영광이자 감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할과 맞는 배우를 찾지 못한다면 허탈함이 크기도 하다. 이 배우의 좋은 점과 저 배우의 좋은 점을 함께 합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에 대한 생각도 문득한다.



사실 이 과정들 말고도 프리 프로덕션에서는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많이 준비해도, 늘 모자라다. 현장엔 늘 변수가 있고 이 변수를 모두 대처할 수는 없다. 통제할 수 없다는 게 또 어찌 보면 현장의 매력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화의 현장은 늘 활기가 넘치고, 퇴근길에는 벅참과 뿌듯함을 가지고 집으로 향한다.


오늘 다 못한 프리프로덕션 이야기는 다음 연재 때 더욱 자세히 풀어보도록 하겠다

화,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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