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낮이, 밤의 나를 잠식할 때
영화를 제작하며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체력'이다.
특히나 퇴근하고 영화를 만들고 있는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도 체력이다.
영화 현장에서도 수많은 딜레이를 뚫고 이겨내기 위한 제반 조건이기도 하다. 체력이 곧 정신력이 된다.
드라마 미생에서도 이런 대사가 나왔었다
네가 이루고 싶으면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네가 종종 후반에 무너지는 이유, 데미지를 입은 후에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후 복구가 더딘 이유
다 체력의 한계 때문이야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을 찾게 되고
그러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리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면
승부 따위는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니 고민을 충분히 견뎌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돼.
체력은 우리가 일을 함에 있어 굉장히 많은 요소를 끼친다. 그렇다 보니, 회사 생활에서도 영화 현장에서도 체력은 중요하다. 그리고 퇴근 후 자기 만의 무언가를 하려는 사람한테는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가장 중요한 건 '감각'이다.
예술에 감각이 필요하다? 어쩌면 진부한 이야기일지도, 어쩌면 별날것 없는 이야기일지라도
이 감각은 다양한 것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며, 비교적 이성적인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조금 더 이상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인 영화일지라도, 그 속의 인물은 비현실적인 경우들이 많다. 살고 싶은 삶, 그런 사람을 보고 싶은 삶이 작품에 투영하기 마련이다.
나는 비교적 자전적인 이야기를 많이 쓴다. 개인의 이야기를 쓴다는 느낌보다는, 내 경험에 기반한 픽션을 작성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끝은 늘 나의 경험과는 정반대이다.
고등학생, 친한 친구와의 다툼이라는 소재에선 늘 이상적인 관계의 마무리를 닮는다. 서서히 멀어지다 성인이 되는 그런. 하지만, 현실의 나는 싸울 만큼 싸우고 서로 보면 기분이 나빠질 정도로 관계가 나빠진 후에 졸업을 했다. 사건은 경험에 기반되지만, 결말은 이상에 가깝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기민한 감정들이 얕아진다. 어린아이들이 왜 어른들은 무채색으로 사는지 모르겠어요라는 말에 적극 공감을 하는 그런 나이가 온다. 그렇다 보니, 체력만큼이나 오히려 체력보다 더 빨리 닳는 것이 감각이다. 그렇기에 주기적으로 감각을 훈련해야 한다.
요즘 거장이 되신 장항준 감독님께서 하신 말 중,
영화를 잘 만들고 싶다면 하나의 영화를 많이 보라고 했다.
처음 볼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두 번째는 주위 요소들을 살피며, 세 번째는 인물 간의 감정선을, 네 번째는 통 구조를 살피며 본 후 그 영화에 대한 시나리오를 내가 작성해 본다면 큰 도움이 된다 말씀하셨다.
이 과정들이 나는,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연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는 것은, 지우개 같은 작은 소품도 창작자가 설계를 해야 한다.
즉 집요하고 치밀하며 디테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나 창작자들에게는 감도를 잃지 않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회사를 다니면서는 이게 참 쉽지 않다. 어찌 되었든 규율과 회사의 방향성에 맞게 나를 맞추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다 보면 간혹 '내가 뭘 하고 싶지?'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게 된다.
자신의 기준이 있어야, 삶을 살아가며 흔들리더라도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
길을 잃더라도, 곧장 다시 방향을 찾을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신의 감각을 지키는 일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물론 그만큼.. 체력을 구비하는 게 1순위이긴 하다.
체력이 떨어지면, 정신력으로도 버티지 못하는 그런 시기가 오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