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하지 않는 감정에 대하여
회사 동료 분과 공적 이야기 (aka 회사 일) 그리고 사적 이야기를 나눌 때면 한결 되게 하시는 말이 있다.
좋아하는 것을 말할 때의 나와 비교적 덜 좋아하는 일을 할 때의 나의 갭차이.
여기서 오해를 할 수 있는 부분이 '그렇다면 회사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정말 오산이다. 일의 밀도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좋아하는 것을 대할 때의 나는 조금 더 깊게 생각하게 된다. 큰 노력 없이도, 본능적으로 그렇게 된다.
하지만 흥미가 덜 한 일을 할 때는 아무래도 '노력형 밀도'를 가지게 된다. 거기서는 신경 쓰지 않으면 놓치게 되는 것들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일의 밀도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회사 일을 한다는 것은 사회 구성원이 되는 일이다. 회사라는 이익 집단 안에서 단체의 목표를 통해 하나로 달려간다. 다른 방향이어도, 같은 목표임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규정에 어긋나서도 안되고, 되도록 실패보다는 성공을 권유받는다.
반면 영화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라 생각한다. 하나의 작품으로 모인 여럿의 스태프는 그 사회를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같은 방향일지라도 다른 목표가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출팀이라면 인물의 감정 그리고 플롯에 대한 설명, 화면이라는 그림 안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를 고민한다면, 미술팀은 그 인물이 존재하는 공간을 꾸미고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게 인물을 꾸민다. 제작팀은 이 사회가 존재할 수 있도록 예산을 굴리고, 조금 더 어울리는 장소를 찾는다. 촬영팀은 이 사회를 다방면으로 찍어 놓치는 부분이 없게 전달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조명팀은 빛과 명암을 이용하여 평면에 입체감을 주는 역할을 한다. 음향팀은 우리가 쉽게 지나가는 소리들을 인식하지 못하게 배치해 둔다. 가령 길을 걸을 때 들리는 작은 비행기 소리, 발걸음 소리와 같이 말이다. 이렇게 하나의 작품이라는 방향을 가지고 가고 있지만, 각자의 목표는 다르다.
내 밀도의 차이는 여기서 나타낸다. 관심이 있을수록 자세히 바라보는 사람이 바로 필자이기 때문.
적당히 하는 것과 몰입하는 것의 차이는 여기서 느껴지기 마련이다. 티 내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티가 너무 많이 나서 걱정이 될 때도 있다.
위의 사진에서도 참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프랑스 영화의 특유의 미장센은 색을 강조한다.
인물을 비교적 작게 배치하더라도, 그 주변을 공백으로 메우기보다는 인물을 소개하는 장식들이 위치된다. 즉 우리가 보는 모든 것들은 철저히 사전 설계된 것들이다. 관객들이 이 장면을 보았을 때, 무의식적으로 인물에 대한 인식을 가지게 하는 것. 그게 영화라고 생각한다. 설명하지 않아도 설명이 되는 것. 되도록 설명을 줄이고 관객들이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것.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고, 그런 영화를 지향하고 있다.
꾸준히 질문을 던지되, 답은 주지 않고 여운을 남기는. 흔히 말하는 답답한 전개일지라도 말이다.
인물은 끝끝내 어떻게 되었을까요?라는 질문을 남긴 채 닫히지 않은 문장을 남기는 것.
그게 나의 추구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그게 잘 안되어 속상할 때도 있다.
진심인 사람이 되고 싶다가도, 진심이 아닌 사람이 되어버리는 기분.
그저 내가 생각하는 밀도가 다를 뿐인데, 그래도 때로는 속상하곤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