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방법
흔히들 이야기를 만든다 했을 때, 가장 크게 보는 것은 아무래도 극을 이끌어가는 '인물'일 것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인물이 많은 이야기를 쓰지 않는다.
한 명 내지는 두 명이 이끌어가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몇 안 되는 인물들의 감정선을, 보는 사람들이 지긋이 그리고 천천히 따라가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그렇다 보니, 나는 인물보다는 공간을 먼저 보는 버릇이 있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영향을 끼치는 여럿이 있다.
환경, 그리고 가치관, 인간관계까지. 내가 다루는 주된 카테고리이다.
인물은 혼자 성장하지 않는다.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 공간들을 어쩔 수 없이 생각할 수 밖엔 없는데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인물보다 공간을 먼저 본다.
일례로, 요즘처럼 봄바람이 자연히 불어올 때는 가사가 들리지 않는 음악을 귀에 꽂아 거리를 거닌다.
거리를 거닐다 보면, 평소에는 들지 않는 질문들이 떠오른다. 예를 들어, 어중간한 날씨에 사람들은 어떻게 외투를 고를까? 어떤 사람은 패딩을 입고 어떤 사람은 가벼운 코트를 입은 이 애매한 날씨에 말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콕 박히는 질문이 생긴다.
이 질문을 하는 인물을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
이렇게 공간에서 인물이 존재하고, 그 인물이 나의 이야기 주인공이 되고는 한다.
창작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가장 자주 하는 말은, 주위를 관찰하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의식하지 않고 지나가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그 의식이 많은 소재를 줄 때가 많다.
고등학생들이 옷을 입는 방법, 회색 후드집업을 입고 빠르게 걷는 모습.
그 나이여서 즐거운 것들, 지금이기에 보이는 것들은 나는 되도록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앞서서 걷지 않고, 그들과 발을 맞추며 그들의 공간을 보고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내가 이야기를 만드는 방법이다.
물론 일방향적인 생각은 좋은 영화를 만들기는 어렵다.
허구의 인물을 구성할 때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아무래도 입체적인 인물상이기 때문이다.
살아 움직이는 공간을 만들었으면, 이제는 인물을 그 공간에 배치하고 공간과 인물을 어우러지게 해야 한다. 이 순서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인물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인물이 왜 이 환경에 처하게 되었는지, 이 질문을 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지난 이야기에서도 말했듯, 나는 질문을 건네는 영화를 좋아한다.
그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다른 것처럼. 나의 생각과 이 작품을 본 사람의 생각이 다르길 바란다.
이 세상에 하나의 생각으로만 퉁쳐진다면, 그건 너무 지루할 테니 말이다.
지금 주위를 둘러보라, 내 주변엔 어떤 게 있는지 보고.
그 공간에 대해 생각해 보자. 그러면 자신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그것이 당신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