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은 언제 만들어지는가

본격적인 영화 제작 방법 #1

by 희안 Heeeahn

오늘은 조금 더 영화 제작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보통 우리는 프리 프로덕션 > 프로덕션 > 포스트 프로덕션의 순으로 영화 제작 과정을 설명하곤 한다.

이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정은 프로덕션이다. 그다음은 프리 > 포스트의 순서이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거꾸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포스트 흔히 후작업이라 하는 단계는 내가 가장 꺼려하는 단계이다. 가장 꺼려하는 이유는 별거 없다.

우선 고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예를 들어, 준비과정과 촬영 현장에서는 아직 촬영 전이기 때문에, 아직은 통제 가능한 것들이 많다. 하지만 이미 촬영이 완료된 후에는 이미 촬영된 소스를 가지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잘 와닿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단계로써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다.

무엇보다..... 나에겐 재미없는 것이 가장 크다.


스크린샷 2026-03-30 20.38.45.png

#1 컷편집

촬영이 끝난 후, 이제 원본 파일을 정리한다. 날 것으로 되어 있는 파일을 이제 ok컷, keep을 재생하여 어떤 부분을 살린 것인지 필터링하는 시간을 가진다.

만약 데이터 매니저가 날 것 그대로 백업을 해주었다면, 우리는 그전 단계가 하나 더 있다.

원본 파일을 씬별로 나누는 것. 그룹핑된 소스를 열심히 올려 바느질을 시작한다.


어떤 컷을 살리고, 어떤 연결성을 가지고 갈 것인지.

이때 보통 음향 파일도 같이 얹게 되는데, 간혹 원본 소스와 음향 파일 간에 싱크가 안 맞는다면 손수 맞추어야 하는 아주 큰 번거로움이 있다.


이 과정만 끝내도 사실 8할은 끝낸 것이다.


#2 컷 다듬기

엄연히 따지면 컷 편집 안에 들어가는 과정이다. 인물 간의 행동 동선을 맞추고, 고개의 각도를 맞춘다거나 세밀한 작업을 하게 된다. 이 과정은 몇 번을 해도 늘 놓치는 것들이 발견된다.

컷편집 때는 마저 보지 못했던 붐대의 출현이라던가, 같은 대사가 2번 나온다거나.

같은 것을 계속 본 감독의 착오라 생각하면 된다.


# 3 음향 믹싱 작업 / DI / 음악

이제 이 세 가지는 병렬적으로 작업된다. 감독이 컷편집된 원본들과 프로젝트 파일을 넘기면 그다음 작업자들이 작업을 하는 방식이다.


음향 믹싱의 경우, 대사와 엠비언스(공간음) 그리고 사운드 디자인을 시작한다.

어떤 장면에서 필요한 음향이나, 계절별로 다른 공간음을 설계한다.


그리고 색보정이라 불리는 DI의 경우는 우리 영화가 어떤 무드를 가지고 갈지를 색으로 표현한다.

레퍼런스가 있다면 DI 기사님과 소통하기가 훨씬 편할 것이다. 일례로, 콜미바이유어네임 같은 색이면 좋겠어요!라고 외칠 수 있는.


다음으로 음악이다. 사실 음악은 믹싱이 완료된 후에도 한 번 더 만져야 한다.

음악 인아웃점을 잡는 것은 믹싱과 연결되는 일이기 때문. 본인은 음악을 중요시하는 편이라, 보통 작업하기 전에 어떤 무드의 음악을 생각했는지를 먼저 공유하는 편이다. 드뷔시라던가...


#4 종편

이렇게 모두 마무리되었을 때, 출력을 시작한다. 만일 영화제 출품용이라면, 영화제마다 제출하는 포맷이 다르기 때문에 꼭 체크가 필요하다.




종편이 완료되고 나면, 마치 세상에 발가벗고 나가는 기분이 든다.

내가 만든 이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무한한 궁금증은 이 작품을 외장하드에서 꺼낼지 말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오죽하면 이런 소재의 영화도 있겠는가.


그만큼 감독들은 자신의 작품을 세상으로 꺼내기까지 많은 결심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과 협업한 만큼 당당한 마음도 있지만, 별개로 이 작품이 받을 평가에 대해 마주할 자신이 없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꺼내놓아야 많은 사람에게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제 찍은 작품은 모두와 공유하고 픈마음이 크다.


브런치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날이 곧 오길 바라며.

화, 토 연재
이전 15화인물보다 공간을 먼저 보는 버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