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nummer

EP01. 장난감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던 디자인과 학생

재미없는 나라에서 죽을때 까지 재미있게 살기

by 란트쥐




나는 어릴 때부터 봉제인형을 매우 좋아하는 어린이였다.

부모님이 더 이상 장난감을 사주지 않는 나이가 되었을 때도 장난감, 인형을 좋아하는 청소년이었고 장난감과 봉제인형을 좋아하는 어른으로 자랐다.

고등학교 때 국어 교과서 평생 꿈꾸고 살 거야? 꿈만 먹곤 살 수 없어라는 문장들이 나왔는데 그 문장을 보고 나는 평생 꿈꾸고 그 꿈을 먹고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막연히 디자인과에 가야겠다였던 생각이 제품디자인과에 가서 장난감 디자이너가 되어야겠다 하고 명확해졌다.


2014-08-15 09.06.36.jpg 셀카대신 토끼를 찍고있다. 독일생활의 대부분을 같이한 끼끼. 수술시켜서 양손에 자석이 들어있다.






예술고를 가지 않았고 인문에서 입시미술을 거쳐 인서울 디자인과에 입학했는데 대학을 가기 전부터 유학을 가고 싶다 하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언제, 어느 곳으로 가면 좋을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고 생각하는 편이기 때문에 보통 모든 일은 저지르고 후통보 하는 편이었는데, 졸업을 하기 전에 유학을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다음 부모님께 일방적으로 유학을 가고 싶다고 통보했다.


집이 서울이 아니었기 때문에 서울에서 자쥐 하는 비용과 학비가 들었고 그것은 곧 지방에서 서울로 자식을 이미 한번 유학 보낸 부모님에겐 조금 더 먼 유학인 것이었다.


입시를 같이했던 친구가 독일로 먼저 유학을 갔는데, 친구가 갈 땐 우스갯소리로 독일로와!라고 했지만 나는 명확하게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였고 2학년 여름방학 때 샌프란시스코에 다녀왔다. 지금의 샌프란시스코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참 날씨가 좋고 관광객이 많은, 살기 좋은 비싼 동네라는 느낌이었는데 한 달 머무는 동안 밤에 총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고, 그 뒤로 이곳은 내가 감당할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확 들었다.


2학년 2학기를 다니며 독일유학 정보를 찾으면서 학점을 채우고, 독일어 교양수업을 하나 들어봤다.


지금의 독일입시는 내가 대학을 가던 그때와 조금 달라졌는데, 라테의 입시는 한국대학 4학기 70학점을 채우고 오면 (Anabin H+) 수능점수와 고등학교 성적 중 60점 이하가 없는지 검토하고 동일전공 지원이 가능했다. 물론 거기에 어학시험이 있어야 했는데, 지금의 텔 크라는 어학시험은 아직 없었고 Testdaf와 DSH라는 어학시험만 있었다.  Testdaf는 시험기관에서 전 세계에 같은 날 같은 시험을 치는 독일어 시험이고, DSH는 각 대학에서 (모든 학교에서 시험을 주최하진 않음) 주관하는 언어시험이라서 몇몇 대학은 다른 학교의 DSH시험을 인정해주지 않았다. 나는 두 시험 다 쳤는데 시험종류가 조금 다르다.


어학시험을 치르고 학교에 가도 보통 멘붕과 함께 나는 무엇을 배우고 온 건가 하는 현타가 오곤 하는데, 정말 꾸준히 공부하고 말하고 듣고 써야 일상생활과 학교생활에 쓰이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

내가 간 대학교는 학교는 유명했지만 도시가 상당히 작은 소도시였기 때문에 어학수업을 들을만한 곳이 없었다. 그래서 방학 때마다 인근의 큰 도시로 독일어 C1수업을 다시 들으러 다녔는데 테스트다프 시험은 대학원 입학할 때까지 꾸준히 다시 쳤었다.




IMG_1135.JPG 우리학교는 아니고 친구네 학교 세미나 청강중. 공대수업이라 영혼만 간신히 붙잡고 있었다.






독일에 온 첫 1년 정도는 어학에 거의 모든 시간을 쏟았는데, 그쯤 되면 기초반부터 시작해도 어학시험을 치를 수준까지 올라가서 어학시험을 치르고 있다. 그쯤부터 포트폴리오 작업을 같이 시작했는데, 포트폴리오 학원은 다니지 않았다. 지금만큼은 아니지만 그때도 포트폴리오 (마페) 학원들이 좀 있었는데 한국에서 디자인과 입시를 치르면서 그림 그리는 법을 배웠고, 한국대학을 졸업하지는 않았지만 2년 다니는 동안 마커 렌더링 까지는 배웠기 때문에 혼자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지원했던 대학교 중에 마페때문에 떨어진 적은 없었기 때문에, 내가 한 방법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마페를 만들 때 크게 3단계로 나누어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그리고 학교에서 내주는 과제나 혹은 지원하는 디자인과에 직접적인 연관은 없으나 나는 이런 것도 할 줄 안다라는 것을 보여주었다.(주로 소묘 콜라주 그림을 넣었다)

독일 대학교들은 Mappenberatung이라는 포트폴리오를 교수가 봐주는 공개행사의 날이 있는 경우가 있고, 몇몇 대학이나 교수들은 시간을 정해주고 마페를 보고 코멘트해주기도 한다. 혹시 지원하는 학교에서 마펜베라퉁을 한다면 참가해 보는 게 좋다. 나는 한번 가봤는데, 가서 그림에 대한 코멘트 보다 내가 더 잘 설명하면 좋겠다 하는 느낌을 받았다. 학교에 시험을 치르러 가면 한 장 한 장 제대로 설명할 수 있게 대본을 써서 어학원 선생님께 감수를 받아서 달달 외워갔다.


마페나 입학시험 인터뷰는 면접관으로 들어오는 교수들도 매우 중요한데, 내가 다녔던 대학의 졸업행사는 과마다 졸업하는 학생들을 레스토랑으로 초대해서 식사를 하면서 1학기때 우리가 주최하며 촬영한 파티영상을 보는 거였는데, 그때 우리가 입학시험에서 그리고 만든 작업들과 입학시험에 가지고 왔던 과제를 돌려받는 것이었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는 다른 친구들것도 같이 보며 깔깔대고 웃는데, 우리 테이블에 앉아있던 내 졸업논문 평가교수가 교수 옆에 앉은 친구한테 "너는 나한테 면접 봤으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텐데!"라고 했다. 물론 웃자고 한 말이긴 했으나 실제로 정말 그림을 잘 그린 친구들과 너는 정말로 아이디어가 좋았고 말을 잘했구나! 싶은 친구들이 나뉘었다.


보통 한국의 입시미술을 한 사람이라면 독일 입학시험에서 그리기 파트에 문제가 없는데, 내 주변에서 입학시험을 치렀던 동기가 내가 그린 그림을 보고 아 나 같은 사람이 올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재능의 문제라기보다 사물의 묘사는 기술 부분이기 때문에 그런 기술을 한국 입시에 맞춰서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독일은 디자인과에 들어가면 사물과 인체묘사 하는 기술을 가르쳐준다.


독일 디자인과 입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학교마다 추구하는 스타일도 다르고, 성향도 다르다-

한국디자인과 입시를 치른 한국인들이 가진 손그림 기술이라면 아이디어 정리를 빠르게 하는 연습과 내가 그린 그림과 아이디어를 잘 설명할 독일어연습을 하면 마페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충분히 입시를 치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15-02-07 11.51.45.JPG 예술대, 디자인대는 매학기(혹은 학년)가 끝날때 전시회를 한다. 누구에게나 개방된 전시라 지원할 학교 전시를 찾아가보는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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