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푸스, 복막투석, 그리고 가족 이식과 그 후 이야기까지.
안녕하세요, 브런치 독자님! 잘 지내고 계셨나요? 오랜만에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작년 여름에 <내 하루는 네 시간>을 브런치 북으로 발행했던 게 벌써 일 년이 넘었네요. 그때 제 글을 아껴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 덕분에, 독립출판도 해냈고 이렇게 정식 첫 출간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동안 글을 아주 뜨문뜨문 올렸는데요요. 그것도 기존 원고를 깁고 더하며 새 책으로 엮을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랍니다. :)
<내 하루는 네 시간>은 투석할 당시의 저를 아주 잘 보여주고 있어요. 그때만 쓸 수 있었던 생생한 감정들을 보시고 많은 분들이 응원을 보내주셨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나온 책, <당연한 하루는 없다>는 기존 책에서 신장 이식을 준비하는 과정, 이식 수술 당시와 수술 후의 이야기까지가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 글들도 조금 더 들여다보며, 더 좋은 문장으로 새로 써보기도 했어요 :)
사실 저는 이식 수술을 경험하기 전까지는, 가족 이식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건강한 가족 구성원들이 마음만 먹으면 수술을 할 수 있는 거라고 어쩌면 순진하고, 한편으로는 이기적으로 생각했던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어리석게도 부모님의 건강을 맹신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리하여 저보다 창창한 미래를 가진 동생에게 희생을 바라게 되었을 때,
그때의 좌절감과 그럼에도 간절함이 드는 복잡한 마음은... 지금 생각해도 참 아프고 아립니다.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어내며 저와 저희 가족이 이 큰 사건(!)에 대처해가는 모습, 함께 응원하며 지켜봐 주시겠어요?
제가 좋아하는 문장들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아픈 몸으로 살아가려면 매일 용기가 필요하다."
-"어떤 생이든 소중해. 아픈 몸을 살아가는 생도, 무자비한 슬픔을 맞아낸 생도 모두 소중해."
-"아프지 않았던, 혹은 아프지 않을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나는 도저히 알 수 없다. 루푸스 신염과 신장병을 빼고는 이제 나를 설명할 수 없다는 걸 안다. 그 모든 아픔과 눈물의 밤을 견뎌내고서야 지금의 내가 만들어진 걸 테니까."
-"거울 앞에 서서 내 배에 그어진 세 개의 선을 또렷이 본다. 도관이 자리 잡았던 구멍, 호스를 넣기 위해 찢었던 자국, 새 신장이 들어간 곳, 그리고 겨드랑이, 가슴, 골반, 허벅지 곳곳에 자리한 선홍빛의 튼 살도 눈에 들어온다. 과거의 치열과 고통은 내 몸에 이렇게나 선명한 자국을 남겼다."
떼려야 뗄 수 없는 병, 루푸스 신염과 함께 자라온 저의 10년간의 기록이에요. 여러분의 마음에 가닿는 문장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비슷한 문장에서 울고 웃으면서,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으면 더 좋겠고요 :)
책 자랑을 쪼금 더 하자면,
편집자님께서 예전부터 꼭 책으로 만들고 싶다고 마음속에 담아두셨던 아름다운 그림이 표지에 실렸어요.
당연한 하루는 없다, 라는 책 제목과 꼭 어울리는 그림이에요.
사실 인터넷 서점의 이미지보다 실물로 보는 것이 훨씬 예뻐서, 꼭 받아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마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디테일한 만듦새를 보고 훨씬 더 좋아하시리라 믿어요.
제 글을 아껴주시는, 다정하고 사려 깊은 출판사 선생님들과 기쁘고 즐겁게! 책을 만들었답니다.
여러분께도 저희의 진심이 전해지길 바라요.
그럼 저는, 조금 더 꾸준히 쓰기를 다짐하면서 다음에 또 올게요.
책 많이 많이 사랑해주시고, 여기저기 알려주세요! :)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내년엔 진짜 더 자주 올게요!)
그동안 당연하지 않은 하루의 반짝임을 자주 더 알아채는 우리가 되길 바라요. 안녕히!
희우 드림
책 소개 링크 살포시 놓고 가요. :)
http://m.yes24.com/Goods/Detail/105504853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mallGb=KOR&ejkGb=KOR&barcode=9791190382526
http://aladin.kr/p/W4FVZ
이미지 출처: 수오서재(@suo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