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늦은 오후쯤 카카오톡 채널에 제 글이 올라갔는데... 혹시 보셨나요? 어쩐지 조회수가 갑자기 늘어 궁금하던 차에 카카오톡 메인을 보게 되었어요. 브런치를 시작한 지 11일 만의 일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인사말을 올리고 싶어서 업데이트가 아닌 날임에도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눈치채셨을 수도 있지만, 제 브런치 글은 화, 금 오후 5시에 업데이트된답니다!) 유명하신 작가님들에 비해서는 큰일이 아니지만, 초보 작가인 제게는 방방 뛰고 싶을 정도로 신나는 일이라서 호들갑을 좀 떨어보고 싶어요. 어제는 SNS 여기저기에도 자랑을 했답니다. 헤헤. 그리고 가끔씩 이렇게 소통하는 글을 쓰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오늘도 책가방을 메고 카페에 와서 글을 쓰고 있어요. 꽤나 큰 감정의 변화를 겪자마자 글부터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다니, 저도 이제 정말 글쟁이가 되었나 봅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는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어요. 작년 여름쯤 투석을 앞두고 있을 때부터는 즐거운 일이 별로 없었어서 더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신기하고 감사한 일이에요. 제 글을 읽어주시는 (아직은 몇 분 안 되지만)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하나를 시작하면 여기에 매일 것만 같아서, 글을 쓰는 일을 피해왔었어요. 아직 몸이 아파서 뭔가를 잘 해낼 자신이 없었는데 저는 시도하는 모든 것은 잘 해내야 하는 성격이라서요. 그런데 생각지 못 하게 점점 재미있는 일들이 생겨납니다. 좋아하는 작가님들과 소통을 하게 되고, 제가 쓰는 글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생기고, 또 이렇게 SNS 메인에 노출도 되고요. 업데이트하는 날에야 겨우 30을 넘던 조회수가 어제는 620을 넘었습니다. 숫자에 연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정말 기쁘네요.
<나는 과연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는 저희 할머니께서 아흔 살까지 사신 걸 보고 생각하게 된 오래된 주제였어요. 할머니는 2016년, 제가 교환학생으로 멀리 떠나 있을 때 돌아가셨습니다. 한 1년 여를 제외하고는 아주 건강하셨고요.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를 현재 저의 몸과 비교해보면, 간혹 비슷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벌써 이러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들었죠. 그 글을 쓰면서는 '너무 징징거리는 거 아닌가, 너무 일기같지 않은가, 일기는 일기장에 써야 하는데'라는 자기 검열을 하기도 했고, '아 내가 진짜 이렇게 많이 아픈 사람이구나'하고 언어로 확정 지으며 조금 상처 받기도 했어요. 아직도 제가 이렇게 많이 아프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거든요. 투석을 하기 직전에는 몹시 두렵고 걱정이 되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일상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일까요? 그렇지만 글을 쓰면서, '이게 나구나'하며 더 받아들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저를 많이 좋아해 주는 애인만이 알고 있어서, 제가 잘하고 있는 건지 늘 아리송한 채로 글을 썼죠. 단지 글 속의 순간을 잘 보여줄 수 있기를 소망하며, 아름다운 글보다는 정제되지 않더라도 솔직한 글을 쓰자고 다짐했었습니다. 제가 잘하고 있는 거겠죠? 헤헤. 이번 카카오톡 채널에 오른 걸 계기로, 주변 사람들에게도 글 쓰는 일을 알리게 되었어요. SNS 본계정에 자랑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기뻤기 때문입니다. 신이 나고 마음이 간질거려서, 맘 속 안에 누군가가 콩, 콩하고 점프를 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주위로부터 많은 위로와 칭찬, 애정들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사실, 섣부른 위로를 좋아하지 않아요. 제가 너무 초라해지는 기분이 들어서요. 그런데 제 글을 읽은 지인 분들이 조심스럽게, 따스하게 다가오려고 노력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제 주변 사람들은 저만큼이나 주책바가지들인 것 같아요. 히히. 글 속의 친구 혜진은 인스타에 글을 올려 자랑을 했고, 여름 언니는 톡을 보자마자 전화를 해서 첫 사인북을 예약했어요. (아직 사인도 없는데 말이에요.) 휴재 시 공지를 꼭 띄워야 한다며, 알림 설정해두었다고 신신당부를 하기도 했죠. 애인은 야근 중에도회사에서 나와서 전화를 걸어 꺄 꺄 소리를 질렀어요. 이렇게 될 줄 알았다나. 히히. 정말 신이 나면서도 '이렇게 신날 일이 아닌가? 이게 뭐 큰 일도 아니고...' 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이던 찰나에, 모두의 신난 목소리를 듣고 더 이상 참지 않았습니다. 히히. 브런치 메인에서 보고 먼저 연락해주신 마트 삼촌 김경욱 작가님과 구독해주신 <며느라기> 수신지 작가님, 언제나 응원을 보내주시는 고수리 작가님께도 정말 정말 감사드려요. 모두의 축하가 있어서 더 행복한 하루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들을 쓰기 위해서,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일들을 적기 위해서 연 공간이기 때문에, 본계정에 공개한 것이 잘한 일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쓸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제 잘못, 제 치부까지도 내밀히 들여다보는 글을 쓰고 싶거든요. 그렇지만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라면, 그런 단편적인 에피소드로 저를 재단하거나 단정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믿어요. 그렇기에 현실의 저도 지금까지 세워두었던, 골반 높이께의 벽을 이제는 발목만치로라도 허물고, 자유롭게 사람들에게 다가섰다가, 또 안전지대로 돌아올 수 있는 마음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그런 의미에서, 자랑 글이기라기보다는 일종의 선언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즐겁게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S.) 너무 신이 나서 '히히'하는 말을 많이 적어버렸는데, 오늘은 신나니까 그냥 올릴게요. 이해 부탁드려요!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