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 오랜만에.

by 영희

문을 활짝 연다.

차갑고도 따뜻한 공기가 집 안으로 들어온다.

눈이 내린 북한산을 바라본다.

오랜만이다.


계란을 삶고 간장을 끓이고

양파를 다지고 파를 잘게 썰고

꽈리고추를 볶는다.


시간이 방울방울 내 집에 쌓이는 느낌이다.


미용실에 간 게 9개월 전이라는 걸 깨닫고

돈을 내고 덜 이뻐지기 위해

-미용실을 다녀오면 남편이 자주 하는 말이다.-

나는 지금 미용실에 앉아있다.


바람은 차갑고

햇살은 따뜻한 오늘

하늘은 파랗고

사람들은 밝아 보인다.


시장 옆 사거리 미용실에 나는 이렇게 앉아

이십 오 년 전 수업을 빼먹고

수색 역 앞에 앉아 해바라기 하던

새초롬한 아가씨를 본다.

십 오 년 전 아기를 안고

정릉시장에서 뻥튀기를 사던 새댁을 만난다.


하늘은 어쩜 이렇게 푸른지

세월은 어쩜 이렇게 말없이 흘러가는지

흰머리는 언제 이렇게 자라났는지

삼월은 어쩜 해마다 이렇게 반짝이는지.


잠시 눈을 감는다.

세월이 방울방울 날아오른다.


아.

휴일이란 게 이렇게 좋은 것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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