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과 미술관

by 영희

나는 가끔 미술관을 갑니다.

미술을 배우지도 않았고 그다지 관심도 없던 내가

언젠가부터 미술관을 가는 이유는

원화가 보여주는 이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떤 날은 작품 밖에서

그것을 만들어 낸 작가의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원화가 보여주는 질감은 강렬합니다.

나는 그것을 예전에 클림트의 키스를 보며 처음 느꼈습니다.

클림트의 키스를 대면하는 순간

나는 울컥하는 마음을 주체하기 어려웠고

황금빛 꽃비가 내리는 그 앞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오늘은 세종문화회관으로 갑니다.

요하네스버그 아트갤러리 특별전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를 보러 갑니다.

휴일은 엄두가 나지 않아 큰 마음을 먹고

평일 조퇴를 하고 갔는데도 사람이 많습니다.

도슨트도 따로 장소를 잡아 진행합니다.

몇 번 다니다 보니 도슨트의 설명이 시작되기 전에

한번 휘 둘러보고 설명을 듣고 다시 둘러보는 것이

좋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오늘은 그러기에 시간이 참 좋습니다.


나는 작품을 볼 때 이야기를 보고 작가를 보고 사람을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런데 오늘 도슨트는 작품을 보고 색채를 보고 마음에 들면 더 찾아보라 합니다.

나는 그 말이 퍽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는 오늘 폴 시냐크를 알게 되었습니다.

분명하지 않은 몽환적인 색감과 점묘법으로 그린 그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시간을 머물러 있다가 나는 그곳을 나와

해가 비치는 광화문을 걸었습니다.


벌써 한 해가 반이나 지나고 있습니다.

다그치고 싶은 마음과 비교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수고한 나를 안아주고 싶습니다.


오늘 과거의 사람들이 작품으로

나를 안아준 것처럼

나도 말없이 그러나 강렬하게 나에게 손을 내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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