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이 올라갈수록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정도 직급이면 착착착, 척척척 뭔가 다 될 줄 알았는데 막상 이 직급이 되어도 나는 여전히 전화벨이 두렵고 새로 주어지는 상황들을 피하고 싶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는데
나의 실력이 이것밖에 되지 않음을 괴로워하다가
문득
어느 누가 착착착, 척척척의 경지에 이르렀을까
착착착, 척척척은 사실 미디어에서 만들어진 가상의 세계가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착착착, 척척척도 인간세계에서 만든 허상일 뿐, 절대치의 착착착, 척척척이라는 게 있을까.
돌아보면 50년 전의 착착착, 척척척과 오늘의 그것은 상당 부분 다르지 않은가.
그래서 이 밤 기도를 하면서
나의 실력도, 이런 생각도 내려놓고
아무리 뭔가를 한다한들
시간을 만드시고 공간을 만드신 당신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다만 나는 당신이 주신 생을 살아가면서
당신 곁에 서서 살고자 합니다. 이 마음이 변하지 않게 도와주세요.라고 할 뿐이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내가 아는 건
이런 것이다.
괴로워진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
머물며 공부하고 그 자리에서 도약하는 것.
그리고 내 마음을 힘든 마음으로 채우지 않고
차분히 겸손한 마음으로, 또 이런 부족한 내 모습이라도 내게 줄로 재어주신 이 생의 현장에서
선한 마음으로 충만하게 채워야 한다는 것.
나는 예전부터
오늘은 오늘에 머물러 있을 것 같다고
시간은 흘러가지만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우주 속 어디엔가 자리 잡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나는 이 오늘을 감사와 기대로 채우기로 했다.
언젠가 어느 시간에 오늘을 만날 때
나는 오늘의 나를 바라보며 말없는 미소를 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