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가에 올 때면
익숙한 집에 들어서서
지금은 창고가 된 한 때의 내 방문을 열면
눈을 감고 문고리를 돌리면
그때처럼
창문 옆에 침대가 있고 방 한쪽에는 책상이 있어
침대맡에, 책상 앞에 앉아있던 상고머리 여자아이가
그 시간 그대로 그렇게 있을 것 같다.
상상만 하고 있을 그 어른이 되어온 나와
너무나 자연스럽게 만날 것 같다.
다시 방문을 열고 거실을 나오면
아직 교복도 갈아입지 않고 작은 소파에 누워있는 여자아이와 그 오빠와 나보다 어린 사십 대 초반의 젊은 부부가 그렇게 앉아 다투기도 하고 깔깔 웃기도 하고.
나는 잠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가
미소를 지으며 눈물을 삼켰다가
다시 사십 대의 딸이 되어
칠십이 훌쩍 넘은 젊었던 부부와 이야기를 한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진한 삶으로.
휴가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날은
항상 이렇다.
나는 말없이 말을 쏟아낸다.
그러나 그 끝엔 항상 감사한다.
학교를 가며, 결혼을 하며 이 집을 떠나던 순간부터
나는 항상 울컥했고 항상 감사한다.
아름다운 순간을 또 이곳에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