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쌍스

일 년 만에 음악감상실

by 영희

작년 이맘때

파주에 있는 음악감상실에서

음악을 들으며 시를 읽던 생각이 나던 차에

뉴스에서 대학로에도 음악감상실이 있다는 걸 보고

예약한 게 한 달 전


옛날 경성제국대학, 서울대학교 본부였다는

예술가의 집 안에

르네쌍스라는 음악감상실이 있다.


누군가의 수집에서 시작해 대구와 종로를 거쳐

여기에 기증되었다는 르네쌍스


마로니에 공원에서 걸어가는 그 짧은 길이

가을 속으로 들어가는 통로 같았고

예술가의 집에 들어설 때는

시간여행자가 된 것 같았다.


열쇠를 받아 음악감상실 안으로 들어가

널찍한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JBL 하츠필드 D30085‘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니

오케스트라가 눈앞에 있듯이

1열에 앉아있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중간중간 모닥불 타듯 타닥타닥 하는 소리는

나를 1950년대로 데려다 놓는 것 같았다.

나는

편안하고 충만하게 세상과 단절되어

2시간을 누리다 나왔다.


나는 스무 살에 상경한 후

대학로를 참 좋아했다.

가을의 마로니에 공원은 말할 것도 없었다.

주황색 벽돌과 파란 하늘 노란 은행과 단풍.

아이들이 어릴 때는 연극을 보러 오고

최근에도 가끔 커피숍을 찾아오고

나는 이곳에 올 때마다 나의 이십 대를 추억하고

어딘가 그때의 내가 여기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오늘은 그저 나로 이렇게 하루를 누린다.

나의 젊고 어린 날을 추억하지 않고

그저 오늘 주어진 이 공간과

이 가을에 감사한다.

그리고 지금의 나를 감사한다.


좋은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