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고요를 선물해 줘

by 영희

영희야

나에게 고요를 선물해 줘


침대 속으로 뛰어들어가

꼼짝도 하지 않고

머리를 비우고 싶어

나에게

고요를 선물해 줘.


생각해야 할 게 너무 많아.

피곤해.

내 머리를 내버려 둬.


그저 웃고 싶어.

내 배를 가르고 나온

50센티미터 신생아가

이제는 나보다 키가 더 큰 걸 보며

나는 그저 웃고 싶어.

보쌈이 먹고 싶다는 이 아이에게

한 시간 동안 푹-삶은 보쌈을 먹이며

새우젓을 올려주며 그저 웃듯이

나는 그저 웃고 싶어.


발밑부터 스멀스멀 젖어드는 일

신발을 벗겨줘

두 발을 말려줘.


나를 내버려 둬. 제발.

너는 손도 까딱하지 않아.

입으로 나를 움직이고 싶어 하지.

마리오네트도 손으로 움직여야 해.


나에게 고요를 선물해 줘.

그 검은 숲으로 신비로 가득한 그 숲으로

숨 막히듯 숨으로 가득 찬 그 숲으로


나에게 고요를 선물해 줘. 김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