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을 살아야겠어.

by 영희

본가에 오면

나는 종종 중학생이, 고등학생이 되곤 해.

책장만 봐도, 서랍만 열어도

울컥한 것들이 내 온몸을 휘젓곤 해.


나는 골목골목 구석구석

내 기억들을 찾아다녔어.

기억들은 어쩌면 그리도 아기자기하고

아련하게 이쁘기만 한 건지.

나는 사랑받으며 참 행복하게 자랐구나.

그런 생각이 따뜻한 바람을 타고 다가왔어.


나는 이제 이곳에 산 시간보다

이곳을 떠난 시간이 더 많을 정도로

이만큼이나 와버렸지만


이제 이곳에서 과거만을 찾지는 않으려 해.

아름다웠던 시절을 돌어보니

지금 이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


우리는 분명 늙고 있지만

울컥울컥한 것들은 강이 되어 여전히 흐르지만

우리가 지금을 살아간다는 것이

오늘이.

깊은 감사로 찾아왔어.


나는 지금을 살아가겠어.

아련한 기억에 저린 마음은 주님께 내려놓겠어.


담담히 흘러가는 순간을,

지금을 받아들이고


나는 살아가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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