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키크룸로프
갈까 말까 백번은 고민했다.
그저 프라하 축소판 아니야?
그래도 한 번 가보자.
아침 일찍 일어나 레지오젯 버스를 타고 세 시간을 간다. 투어를 할까 잠깐 고민하다가 투어는 무슨… 버스표를 예매했다. 투어의 사분의 일도 안 되는 값으로.
세 시간이라고 하지만 눈 좀 붙이면 금방 도착한다.
여기 뭐랄까.
블로그에 천지빼까리로 있는 사진이라서
분명 알고 갔는데도 와아. 와아. 우와아. 소리가 나온다.
이 풍경을 나 혼자 보면 안 된다.
남편과 영상통화를 한다.
국물이 너무도 간절히 먹고 싶어서 쌀국수 먹으러 간다. 뜨끈한 것이 목을 타고 배를 지나 온몸으로 퍼진다. 드디어 곰이 사람이 되는 순간이다. 정말 좋다.
정신이 드니 단풍이 눈에 들어온다.
색이 어쩜 이리 이쁠까
공기에서마저 단풍향이 난다. 정말 좋다.
’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으대를 기다리이다아…‘
노래를 흥얼거린다. 참 좋구나.
강가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이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커피집 사장님은 카드 결제기 신호가 안 잡혀서 요리 저리 이동하며 겨우 신호를 잡고서 사람 좋은 웃음으로 ‘이리 와서 결제해야 해요’라고 하시고 나는 ‘아 이해합니다. 카드결제하게 해 줘서 고맙습니다.’라고 한다.
넉살이 늘어나는 나. 심지어 영어로. 포인트만 말하면 다 알아듣는다. 겁낼 거 없다. 자신감이 뽀인트다.
늦기 전에 다시 프라하로 간다.
잘 다녀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