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와서 사흘을 고민하고
프라하 떠나기 전날 재즈공연을 보러
레두타 재즈클럽으로 간다.
체스키크룸로프 다녀오는 길이라
이미 공연 시작 시간이 지났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냅다 뛰었다.
트램을 타러.
그런데 트램을 타자마자 현타가 왔다.
너무 늦은 거 아니야? 너무 캄캄한데?
위치도 시내(?) 같은 곳이라 사람들이 우글우글 모여있고 좀 무서웠다.
‘그래도 사람 없는 곳보다 오히려 나아’하며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짧은 영어로 지금 늦었고 예약도 안 했는데 들어가도 되느냐 묻으니 들어가란다. 아무 데나 앉으라 해서 뒤쪽이지만 나름 잘 보이는 자리에 냉큼 앉았다.
다들 와인 한잔씩 마시면서 보는 것 같았지만
빈 속에 술 마시면 안 되지 하면서 참는다.
돈 생각도 들고. 후후.
공연은 그냥 좋다.
재즈를 이렇게 비유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재즈가 뭔지 모르는 사람입니다.-
마치 비단결같이 음악이 흐르는 것 같다.
누에가 엄청 고생해서 만든 비단 같은 느낌
피아노도 기타도 콘트라베이스도 드럼도 그리고 목소리도
벨벳 위에 올려져 있는 것 같다.
나도 그 위에 함께 흘러간다.
대부분 연인과 친구와 와인 한잔씩 하며 앉아있고
혼자 온 사람은 나뿐인 것 같지만
외롭지 않다.
많은 사람들과 같이 있지만
아무도 나를 모르는 이 공간이
나만의 공간인 것 같은
이 느낌이 친근하다.
캄캄할 때 호텔로 갈 일이 남았지만
영희야.
잘할 거야
냅다 뛰어서 트램 타.
그러니까 남은 시간도 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