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 앉아 여유 있게 조식을 먹고
발렌슈타인궁으로 간다.
이 양반은 한미한 가문에서 태어나 결혼을 해서 재력을 확보한 후 30년 전쟁에서 공을 세워 잘 나가다가 권력자들에게 밉보여서 결국 암살된 사람이다.
궁전은 지금 의회로 사용되는데 진짜 왕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멋들어지게 지어놨다. 정원에는 청동상이 줄을 지어 있고 뱃놀이가 가능한 분수도 있다. 왕도 아니면서 왕궁보다 더 화려하게 말이다.
한바꾸 한 후에
프라하 한인교회로 간다.
관광지가 아닌 곳에 있어서 생활하는 프라하를 볼 수 있었다. 예배도 좋았고 예배 후에 먹은 불고기 덮밥도 정말 맛있었다. 교회분께 인사하고 나가려다 다시 고개를 돌려 ‘프라하에서 먹은 음식 중에 제일 맛있었습니다.‘라고 하니 활짝 웃으시며 내 손에 박수를 치신다. 저 진심입니다. 더 먹고 싶은 거 이성으로 겨우 눌렀습니다.
밥심으로 프라하성으로 간다.
성비투스 대성당을 보는데 나는 별로 감흥이 없다.
성당이 이렇게 멋진데 기도하는 사람이 없다.
모두들 사진만 찍는다.
나도 무하의 스테인드 글라스만 보고 얼른 나온다.
도장 깨기 하듯 건물들을 둘러보는데 허리가 아파서 바실리카 성당에 앉았다. 한참을 앉아있다가 황금소로까지 나와서 프라하성 구경을 마쳤다.
뭐랄까. 목록 지우기의 대표적인 예 같았다. 물론 너무 아름답고 멋진 건축물인데 나에겐 큰 의미가 없었다.
기억에 남는 건 구왕궁 창문
당사자는 그 행동이 30년 전쟁의 시작이라는 걸 몰랐겠지. 지금도 우리는 모른다. 우리는 왜 아무것도 모르는가.
성당 꼭대기에 올라가고 싶었지만
허리가 너무 아파 생각을 접는다.
결국은
나는 성이랑 안 맞는다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한 채 길을 내려간다.
마음을 나눌 이에게 전화를 하고 싶은데
이미 서울은 너무나도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