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설친다. 12시에 겨우 잠들었는데 1시에 잠이 깨고 개미집 같은 생각의 통로를 다니다가 겨우 잠이 들었는데 다섯 시에 또 깼다.
깨어났으나 짐짓 아닌 척 자는 척을 해봐도 또 그 개미집을 짓고 있을 뿐이다. 여섯 시 반까지 용케도 참았고 에잇 하며 일어나 어두운 새벽길을 걸어 까를교로 간다.
캄캄한 새벽길을 걷는다. 모자를 눌러쓰고
괜스레 어깨를 쫙 펴고 말이다.
아. 진짜 까를교는 새벽이구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가 내 눈앞에 있었다.
하늘 별은 구름으로 가려졌지만
강 위에는 불빛이 별을 이룬다.
캄캄한 새벽, 까를교에 서 있는 사람은 열손가락이 모자라지 않을 정도였고 어두운 하늘과 찬란한 강물을 보며… 나는 울었다.
감사합니다. 이 새벽을 주시려고 나를 깨우셨군요. 감사합니다.
나를 위해 준비된 이 하늘과 땅과 바람과 물결이 그리고 그 안에 결국 내가 있다.
몇천 년을 더 기다렸을 시간이 드디어 내 눈앞에 있는 느낌이다.
하늘이 점점 밝아진다.
사람들이 모여든다.
아쉽다. 아쉽다. 이 시간에 더 머물고 싶다.
나는 강가로 내려와 조용히 그 앞에 앉는다.
사랑이 나에게 내려앉는다.
거울 속의 내가, 사진 속의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늙은 여자가 되어가는 내가 보였다.
그러나 이 새벽은 마음은 이미 초로였던 여자를
다시 안아준다.
너는 초로의 여자가 아니라
내 생명으로 사랑하는 내 딸이다.
너를 낮잡아 바라보지 말아라.
네 값은 나의 생명이다.
다시 오늘을 시작한다.
소중하고 소중한 나의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