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처럼 일상도 단단해지길

by 영희

조식을 먹자마자

호스텔에서 나와 길을 걷는다.

여기 공기 무슨 일인가.

공기가 정말 좋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것 같은 단풍과 풀들도.


성당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아침햇살과 성당. 종소리……

성 바츨라프대성당


성당문이 열려있다.

천천히 성당을 둘러보았다.

벽에는 빌라도가 손을 씻는 것, 예수님 십자가 지고 골고다 언덕 올라가는 장면, 부활하신 후 제자앞에 나타나신 그 과정들이 부조로 되어 있었다.


앞 쪽에는 스테인드 글라스가 햇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한참을 서서 창을 바라보았다.

햇살이 비추어 시시각각으로 색이 변한다.

나는 조용히 기도실로 들어갔다.

눈물이 왈칵 난다.

주님. 사십 년을 넘게 살면서 나는

내 안의 눈으로 나를 보지 못했습니다.

밖에서 나를 봅니다. 남의 눈으로 봅니다.

주님 단단히 서고 싶습니다.

나로 살고 싶습니다.


나는 가슴깊이 감격한다.

이 성당에 나 홀로 앉아 주님께 내 마음을 이야기하는 이 시간.

고요하고 찬란한 이 시간.


그러고 밖으로 나와 햇살을 쬐고 있으니

오르간 소리가 소리가 들린다. 잽싸게 안으로 들어간다. 아. 내 앞에 바흐의 오르간 소리가 머무는 듯하다.

우아하고 고귀한 소리가 성당에 가득 울려 퍼지고 나를 감싼다.

오르간 소리가 넓은 성당에 가득 채워진다.



한 시간을 그렇게 앉아있다가

밖으로 나와 벤치에 앉아있는데

누군가 옆에 앉더니 아코디언을 연주한다.


아.

그야말로 선물 같은 시간이다.


돌바닥에 핸드폰을 세워놓고 이러고 놀았다.



해 질 녘 다시 성당 앞으로 가 보았다.

저녁햇살이 지금을 감싸 안는다.


나는 지금 체코 올로모우츠에 있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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