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감각으로 번역하기
집으로 돌아와 홀로 남겨진 희영의 눈에, 그의 태블릿이 들어왔다. 애써 시선을 거실로 돌리자 며칠을 비운 집안은 눅눅한 냄새로 가득했다. 거실 창문을 열자, 은은한 빨간 향기가 지난해 5월의 거실을 되돌려 놓은 듯했다.
희영은 그날에 멈춘 거실에서 제멋대로 널브러진 옷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바느질 사이로 깃털이 새어 나오는 패딩점퍼를 옷걸이에 걸고, 양말의 보풀을 하나하나 뜯어냈다. 수건을 털자 희뿌연 먼지가 햇살에 반짝이며 흩어졌다. 흩어지는 먼지를 바라보던 시선은 다시 그의 태블릿에 멈췄다.
사랑을 속삭이는 달콤한 글자들. 기억 저편에서 나를 향해 웃고 있던 햇살 같은 그의 미소가 담긴 사진. 그리고 그 옆에 다정히 얼굴을 마주하고 서 있는 낯익은 그녀. 희영은 태블릿을 조용히 그의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식탁에 엎질러져 하얗게 말라붙은 맥주의 흔적을 수없이 닦아내고, 반쯤 깨진 맥주잔을 아주 느리게 싱크대로 옮겼다.
감정 단어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냄새, 소리, 색을 활용여 독자가 읽고 무슨 감정인지 느낄 수 있는 글을 쓰는 건
정말 고된 훈련이 필요한 듯합니다.
희영의 감정이 어떤지 느껴지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