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벽난로가 있다.
마당이 있는 집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아이템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이사 온 첫 해 설치했다. 해마다 추운 겨울이 오면 벽난로 앞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벽난로의 소소한 단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굴뚝을 통해 종종 작은 새가 들어오는 일이 생긴다는 것.
굴뚝이 작아(짐작일 뿐이지만) 큰 새는 못 들어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가끔 새가 굴뚝으로 들어온 후에 나가는 길을 찾지 못해, 결국 새를 밖으로 내보내 주기 위해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곤 한다. 한 번은 내가 미처 알아채지 못해, 벽난로 안에서 시체로 발견된 적도 있었다.
엊그제 일이다. 오랜만에 작은 새가 굴뚝으로 들어왔다. 예전 같으면 집에 있는 창문을 모조리 열고 새를 몰아 쉽게 내보냈겠지만, 우리 집엔 이제 하늘이가 있다. 창을 열어두면 가출 전문 고양이(?) 하늘이가 또 가출을 할 것이다. 새를 케이지에 넣어 내보내려고 시도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아 새를 놓쳤다. 순식간에 집안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우리 하늘이가 고양이답게 작은 새를 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늘이는 새를 쫓고, 나는 그런 하늘이를 쫓고(새를 입에 문 하늘이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싸복이 남매는 덩달아 흥분하기 시작했다. 내가 잡으려고 쫓아다니니 가뜩이나 예민한 데다 겁이 많은 하늘이는 어느덧 구석에 짱 박혔고(평소에도 조금만 불안하면 구석에 박혀 나오지 않는다), 작은 새는 김치냉장고 뒤 구석으로 쏙 들어간 채 미동도 없다. 최선을 다해 살펴보았으나 작은 새는 도저히 보이지 않는다. 혼자서 저 무거운 김치냉장고를 들 도리도 없으니 제 발로 나오기를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시간이 제법 흘렀음에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도대체 김치냉장고 뒤에 숨은 것이 맞나 의구심이 들 무렵, 구석에서 밖으로 나온 하늘이가 김치냉장고 쪽을 주시한다. 그때 알았다. 작은 새가 확실히 김치냉장고 뒤에 숨어 있다는 것을. 작은 새는 자그마치 12시간 이상을 미동도 없이 숨어 있다가, 다음날 아침이 돼서야 날개를 푸덕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어찌어찌 우여곡절 끝에 안방에 가둘 수 있었고, 족히 반나절은 안방 문을 닫고 창문을 열어 두었으니 밖으로 나갔을 것이다. 일전에 한번 집에 들어온 새가 세탁기 뒤에서 영 나오지 않아 포기한 적이 있었다(그 후, 나중에 세탁기 교체할 때 시체로 발견되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작은 새를 꼭 밖으로 보내주고 싶었다.
이번 참에 새롭게 알았다. 우리 하늘이가 사냥 본능이 있다는 고양이가 맞다는 사실을. 조용히 김치냉장고 뒤쪽을 주시하는 하늘이의 뒷모습이 어찌나 야생(?)스러워 보이든지. 그런 하늘이에 비해 싸복이 남매, 특히 행복이는 어찌나 뒷북을 치는지. 새는 이미 탈출했는데도 새가 들어갔었던 구석마다 냄새 맡느라 여념이 없다. 지난번 신비를 안방에 잠시 들였을 때도 내보낸 후에 뒷북을 치더니, 과연 둔하고 센쓰없는 것이 행복이 답다.
마당 있는 집에 살다 보니 전에는 그 존재를 느끼지 못했던 생명체(새, 두더지, 오소리, 너구리 기타 등등)들과 엮이는 일이 종종 생긴다. 그저 멀리서 날아가는 것을 바라보거나, 어여쁜 새소리를 즐기는 것이 다였는데, 이렇게 새를 가까이에서 보는 일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내가 마당에 묻어준 새도 대여섯 마리는 되지 싶다(생각보다 새가 유리에 부딪쳐 죽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그저 인간에게만 한정되었던 나의 세계가 다른 생명체에게로 조금씩 확장되어 가는 느낌이다. 이 느낌이 참 좋다.
안방 붙박이장 틈새에 숨어있던 작은 새는 어떻게 바깥세상으로 가는 길을 잘 찾아 나갔으려나 모르겠다. 지금쯤 평소대로 하늘을 날며 자유를 만끽하고 있으리라고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