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람이다

믿을만한 기술자를 확보하라

by 달의 깃털

나는 이십 대부터 마당 있는 집에 사는 것을 꿈꿨다.


저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가녀린(?) 여자의 몸으로 혼자서 단독주택에 살기 시작한 지 8년 차가 되어간다. 이상과 현실은 딱 맞아떨어지게 일치하는 법은 없다지만, 그럭저럭 소소한 행복감과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중이다. 8년이 지난 지금도, 왠지 아직도 적응 중(?)인 것 같긴 하지만.


올 겨울은 참, 유난히도 춥다. 추워서 힘들다는 곡소리가 절로 날 지경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추운 날씨에 어느 집 수도가 동파됐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올해는 추운 날이 많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을 것이다. 올해는 우리 집도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됐다.


눈이 소복하게 쌓인 우리 집 마당 풍경

예전에 복도식 아파트에 살 적에 수도계량기가 동파되어 크게 속을 썩은 적이 있어, 날씨가 많이 추운 날엔 어김없이 수도를 조금 틀어놓고 자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다시는 그런 생(?) 고생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는지, 일주일 전쯤 하필이면 영하 20도 가까이 내려간 날에 그만 깜빡 잊고 잠들고 만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수도가 안 나오는데 등골이 오싹했다. '아. 뿔. 싸'


우리 집 수도공사를 해 준 기술자의 전화번호가 바뀌어, 급한 대로 인터넷을 검색해 기술자를 섭외했다. 기술자가 와서 보더니, '계량기도 안 얼었고, 보일러 쪽도 안 얼었다. 땅속 배관이 얼었는데 이건 방법이 없다. 날 풀리는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고 한다. 이 무슨 소리. 언제 날이 따뜻해질 줄 알고. 수돗물 없이 어찌 산단 말인가. 기술자가 그렇다고 하니 순진하게 믿은 나는 날이 따뜻해지기만을 기다렸다. 때마침, 며칠 후 영상 8~9도까지 오른 날씨가 되었는데도 수돗물은 나올 기색이 없다.


눈이 많이 오면 '집 앞길 눈 치우기' 노동이 덤으로 주어진다. 정작 나는 이 길을 전혀 이용할 일이 없다는 것이 함정이라면 함정

그때서야 뭔가 수상쩍다(?)는 생각을 한 나는 작년에 현관 중문 작업을 한 목수를 연결해 주었던 '○○창호 사장님'을 떠올렸다. 이쪽 계통일을 오래 하셔서, 연결해줄 수 있는 전문가를 많이 알고 있을 것이라는데 생각이 미친 것이다. 친절하신 사장님이 그날 바로 지인을 보내서 상황을 파악해 주셨고, 그다음 날 그 지인이 수도설비 기술자를 연결해 주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혹 땅속 배관이 얼었다고 해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외부로 수도배관을 임시로 연결하는 방법이 있다.


사장님의 한 말씀, "기술자가 문제를 해결하러 왔으면, 해결을 해주고 가야지. 방법이 없다니, 그게 말이 되냐" 그 사람 말만 믿고 순진하게 기다렸다가, 날 풀릴 때까지(어쩌면 봄이 올 때까지?) 개고생 할 뻔했다. 5일 동안 직장에서 물 길어 나르랴, 친구 집에서 씻으랴, 아주 고생과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직장 화장실에서 설거지하는 특별한 경험도 해 보았다. 수돗물의 소중함을 몸속 깊이 뼈저리게 느낀 5일이었다.


눈이 많이 오면 앞마당은 안 치워도, 뒷마당은 치운다. 고양이 친구들 발 시려 울까 봐.

아파트에서는 웬만한 일은 관리사무소에서 해결해 주고, 해결이 안 되는 일은 알아서 전문가를 소개해준다. 이번 일로 한번 더 깨우치게 되었다. 단독주택에 살 때는, '실력 있고 믿을만한 기술자=전문가'를 섭외하는 일이 몹시 중요하다는 사실을. '○○창호'사장님은 나에게 구세주나 마찬가지다. 내 직장(대학)에서 일을 많이 하셨던 분인데, 워낙 친절하고 인정이 많아, 중문 작업을 맡기기 전에도 종종 인사를 나눴던 사이다. 일처리도 깔끔한 것으로 들었다. 앞으로는 집에 문제가 생기면, 일단, 무조건, 사장님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다. 든든한 빽이 생긴 느낌 같달까. 시중에 널린 것이 기술자지만, 사실 믿고 일을 맡길만한 사람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양심적으로, 또 프로페셔널하게 일을 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사람 사는 일이 늘 그렇듯, 일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눈이 많이 오거나 말거나 춥거나 말거나 물이 안 나오거나 말거나, 싸복이 남매 팔자는 언제나 상팔자

5일 동안 개(?) 고생하며, 이것이 마당 있는 집에 사는 기쁨을 누리는 대가인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아파트와 비교해볼 때, 신경 써야 할 것도 많고, 소소한 일거리도 많다. 여기에 집을 수리할 일이 생겼을 때 닥칠 수 있는 번거로움이 추가된다. 그래도 내게 믿을만한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지 싶다. 여자 혼자의 몸으로 '마당 있는 집' 살이 하기가 결코 만만치 않다.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 지금까지 잘 버텨내지 않았나 싶다.


물 얻으러(?) 갔을 때, 샤워를 하고 가라며(이게 웬 떡인가 싶었다) 친절을 베풀어 주신 앞집 아주머니(다음날 왜 물 안 길러 가냐며 전화도 해주셨다), 기꺼이 물 드럼통을 매번 차까지 옮겨다 준 나의 알바생들, 거리낌 없이 자기 집 욕실을 내 준 친구, 본인이 시간이 안되니, 친구를 보내주신 사장님까지. 결국 사람이다. 결코 혼자 살 수 없는 게 세상살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모두들 정말 고맙다.


아무리 추워도 몸을 붙여 잠든 싸복이 남매를 보면 몸과 맘이 따뜻해지고 훈훈해진다

앞으로 또 무궁무진한 사건사고(?)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무슨 일이 생기든,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씩씩하고 당당하게,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수돗물이 콸콸 쏟아지니 너무 좋다. 예전에 몰랐던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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