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오고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우리 동네에 길냥이 들이 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엔 그랬다. 도시 길냥이보다는 상태가 좋네. 사람도 시골이 살기 맘 편한 것처럼 고양이들도 그런가 보다 하는 정도. 하릴없는 주말 집에 있다 보면 길냥이 들이 제법 우리 집을 스쳐간다. 특히 우리 집에는 나름 넓은 뒤꼍 마당이 있는데 주로 뒤꼍을 애용하는 것 같았다.
어느 날 우연히 길냥이들이 살이 찐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실제로 살이 찐 것이 아니라, 물을 못 먹어서 부은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길에서 주워 먹는 음식은 염분이 많기 마련인데, 그에 비해 길에서는 물을 마시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 갈등하기 시작했다. 그럼 우리 집을 거쳐가는 길냥이들한테 물이라도 먹으라고 떠 놓을까. 음식 구하기 쉽지 않을 텐데, 사료라도 좀 놓아줘 볼까. 그러다가 아주 우리 집에서 살게 되면 어쩌지. 새끼라도 낳으면. 그럼 내가 그 고양이 새끼들을 모른 척할 수 있을까. 어떡하지. 냥이와 강아지들을 같이 키우긴 힘이 든데. 그러면 지금처럼 현관문을 열어놓고 자유롭게 오가는 프리스타일(?)로 강아지들을 키울 수 없을 텐데. 고민과 갈등은 이렇게 계속 이어졌다.
나는 길냥이들이 계속 신경이 쓰였던 거다. 강아지들과 함께 살면서 유기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더불어 동물의 권리에 대한 생각도 부쩍 많아졌다. 어느 날 불현듯 결심한다. 그래, 까지껏 집도 넓은데 뒤꼍 마당은 고양이한테 좀 내어주자. 그때부터 얼기설기 나름 급식대를 설치하고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먹는 양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먹는 둥, 마는 둥. 그래도 몇 마리는 우리 집에서 식사를 하는 것 같았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우리 집에서 고양이들이 조금 더 눈에 띄는 것 같다. 내가 집에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데 눈에 띄는 걸 보면 제법 많은 고양이들이 우리 집에 오면 밥이 있다는 걸 안다는 얘기일 거다.
그러던 어느 날 겨울이 다가오자, 고양이 집을 만들어 주고 싶어 졌다. 겨울에는 길냥이들이 집이 없어서 얼어 죽는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 고양이 집을 만들어 주자. 보금자리로 쓴다면 좋고, 안 쓴대도 할 수 없고. 인터넷으로 플라스틱 집을 주문하고, 나름 방수 텐트 천도 주문한다. 얼기설기 볼품없지만 나는 그렇게 최선을 다해 적절해 보이는 장소에 고양이 집을 만들어 주었다. 처음엔 들어나갈까 의아했는데, 가끔 보면 고양이 집에 길냥이가 들어가 있다. 거기서 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길냥이 들이 가끔 이용하는 것 같으니 다행이다. 힘들여 집을 만들어 준 보람이 있다.
이제는 고양이들이 제법 많은 양의 사료를 먹는다. 몇 마리가 종일 먹는 건지 여러 마리가 조금씩 먹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내 눈에는 잘 띄지 않으므로) 어쨌든 이제는 고양이 사료값 대느라 조금 과장해서 등이 휠 지경이다. 가끔 밤이면 길냥이들의 울음소리가 뒤꼍에 가득 찬다. 과히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지만, 나는 그냥 흐뭇하게 들어 넘긴다. 그래, 우리 집에 동물들이 북적북적하니 참 좋구나 하면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 길냥이들은 캣맘을 알아보고 따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에게 밥을 주는 사람은 귀신같이 알아본다는 것. 우리 집 길냥이들은 어떻냐고? 우리 동네 아이들은 철저하게, 아주 완벽한 길냥이 들이다. 사람 냄새만 맡아도 도망간다. 버젓이 내가 밥을 주고 물을 뜨는 것을 보았을 텐데, 나에게 2미터 이상의 거리를 허용치 않는다. 좀 친해져 보려고 눈도 꿈뻑여 보고(누군가 고양이가 인사하는 법이라고 했다), 내가 너희를 예뻐한다는 신호도 나름 보내봤으나 허사였다. 심한 경우, 어떤 길냥이는 나보고 하악질을 해대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배은망덕할 데가. 내가 주는 밥을 먹으면서 나한테 하악질을. 그날 이후 나는 길냥이들과 친해지기를 포기했다. 음식 준다고 유세 떠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모르는 척하는 것이 길냥이들을 더 편하게 해주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같이 일하던 알바가 어느 날 나에게 말한다. 자기는 길냥이들이 미워했단다. 집 앞에 자꾸 똥을 싸놓는 게 너무 싫었단다. 그래서 길냥이를 보면 소리치고 쫓아내고 했단다. 그런데 내가 길냥이들에게 사료를 주고 집을 만들어 주는 것을 보고 생각이 변했다고 했다. 길냥이들을 미워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흐뭇했다. 나누겠다는 나의 작은 마음이 나비효과처럼 우리 알바에게도 전해졌구나 싶어서.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나누면서 살고 싶다. 난 우리 집 길냥이들 얼굴도 모르지만 그냥 한 식구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아침마다 밥 줄 때 마주치는 녀석이 있는데, 때론 고양이 집 안에서 실눈을 뜨고 날 쳐다보고, 때론 집 앞에서 아침햇살을 즐기기도 한다. 내가 만들어준 집에 둥지를 틀었나 해서 흐뭇했다. 혼자 사는 넓고 넓은 집에 고양이들이 북적북적 하니 마음이 좋다. 집안에서는 싸복이 남매와 내가 살고 뒤꼍에는 길냥이 들이 살고 앞마당엔 새들이 산다. 참 좋지 아니한가. 이렇게 함께 산다는 것이.